성체 앞에서 드리는 기도
묵상은 어디서 하든지 하느님을 기쁘게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가 성체 앞에서 기도할 때
특히 기뻐하실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위한 음식이 되어 주시고
당신을 찾는 모든 이들을 맞아주시기 위해서
이 성체 안에 당신을 남겨두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모두 예수께서 사셨던 곳으로
순례를 떠날 수는 없지만,
우리를 위해 갈바리아 산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고
이제는 우리 안에 살아 계시고 감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주님께 갈 수 있습니다.
세상의 왕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그분께는 그런 것이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부족한 것을 그분 앞에서 말씀드리고
그분께 도움을 청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분과 함께 있는 달콤함을 맛보려면
세상에 대한 욕망을 벗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인 줄 알아라.(시편 46,10)
주님께서 머무시는 제대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 즐거움!
주님께서 맛보고 즐기게 하신 그 천상의 달콤함!
미사 안에서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거기에 머물면서, 달콤함과 위안만을 즐기지 말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시다.
"오, 나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 이외에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시고
제 자신과 제가 가진 모든 것으로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게 하소서."
이런 사랑의 행위는
비록 감각적인 기쁨 없이 행해질 때도
하느님을 크게 기쁘게 해드립니다.
왜냐하면 선한 사람들은 기도 중에 자주 일어나는
잡념과 메마름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 중에 생기는 잡념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잡념이 생기면 그것들을 없애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잡념에 신경 쓰느라 기도를 그만두지는 마십시오.
프란칫코 드 살 성인은 말했습니다.
"묵상하는 동안 잠념을 떨쳐버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묵상은 매우 큰 성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 중에 만나는 메마름은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고통입니다.
왜냐하면 자신 안에 하느님을 사랑하려는
어떤 감각적인 열망도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한테서 멀어진다는 두려움마저 생깁니다.
탈출구가 없는 철저한 어둠 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그럴 때는 우리의 황폐한 마음을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받으셨던 고통과 일치시킵시다.
만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렇게 말씀드리십시오.
"나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떠나지 말아주십시오."
기도 : 깊은 고뇌속에 있는 사람의 기도
나의 하느님,
비록 당신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당신의 길로 다시 들어설 때까지
끊임없이 당신을 찾겠습니다.
알폰소 성인의 거룩한 묵상「영원한 기쁨」에서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지음 / 이종훈 신부 옮김 / 바오로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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