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뚜르(Tours) 2023. 8. 4. 13:53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시집 『저 분홍빛 손들』(문학아카데미,2006) 중에서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