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입추(立秋) / 홍사윤

뚜르(Tours) 2023. 8. 8. 15:28

 

 

입추(立秋)   / 홍사윤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의 속삭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감싸 안고

동구 밖 고개 너머로

갈바람이 불어온다

 

한여름 그늘 속에

숨죽여 지내던 장승도

바람결에 얼굴을 내밀며

발 벗고 가을 마중을 나선다

 

더위에 고개 숙인

들판의 허수아비

모자를 벗어들고

불어오는 갈바람을 맞으며

새들과 가을 이야기를 속삭인다

 

가을이 다가온다

계절의 변화는 기다림의 시간

긴 기다림에 가을의 설렘을 안고

귀뚜라미 울음소리 달래며

갈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