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갈바람 타는 계절 /정기모

뚜르(Tours) 2023. 9. 10. 08:46

 

 

갈바람 타는 계절  /정기모

 

 

눈부시게 빛나는 초가을 아침

지긋이 어깨를 누르며 지나가는

이 살가움의 손길은 누구인가요

 

물음표를 앞세우고

잘 익은 사과향기 앞세우고

별들의 추억을 베어 무는 이 누구인가요

 

빈손으로 받아드는 손부끄러운 계절

보랏빛 구절초 한 아름

그대 창가에 내려놓으면

어느 산골 계집아이 걸음인 줄 알겠지요

 

이제 가을 타는 냄새 더 진해지면

또 어쩌지요

선잠 깬 얼굴로 서성이는데

지긋이 머무는 갈바람의 손길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