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어머니의 달 - 추종욱

뚜르(Tours) 2023. 9. 19. 10:51

 

어머니의 달 - 추종욱

매일 밤 안방에는 달하나 떠있다

달 속 강이 양수처럼 출렁이는 밤, 어머니는

방문을 잠그고 알몸의 엉덩이를

슬며시 달 위에 올려놓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달은 어느덧 만월

어머니는 환한 달빛을 에너지로

삶을 넉넉히 품어 오셨던 거다

어머니의 방안에서 달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차오르고 기울고 하는 주기로

세상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오고

밤낮이 무사히 제 자리로 찾아갈 수 있었음을

오늘 안방에서 졸졸졸 숨죽여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서야 안다

하늘에서도 누가 볼 일을 보는 것인가

그 위에 놓인 밤하늘의 엉덩이가 보일 것처럼

휘엉청 요강 하나 떴다

진한 어둠의 향기가 마당에 걸린다

새벽이 깰까 조용히 방문 여닫는 소리

어머니는 가득 찬 달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냇가로 향한다 조금씩 비울 때마다

달이 서산 아래로

졸, 기운다

​월간 『스토리문학』 2007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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