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겨울날 /장석남

뚜르(Tours) 2024. 1. 16. 15:02

 

 

겨울날   /장석남

 

 

1

살구나무에 잎아 다 졌으니 그 잎에 소리 내어 울던 빗발들 어쩌나 그래서 눈이 되어 오나?

진눈깨비 되어 오나?

살구나무 빈 가지의 촘촘한 고독 사이를 눈은 빠져내려서

지난 한해의 빗소리 같은 것도

덮고 있는데

 

잊고 지낸 젯날 같이

설운

하루 한낮

 

​2

풍경 소리가 나와 친해지더니 이제는

새벽녘만 되면 아예 장단을 친다.

그것은 제 혼자 치는 게 아니고

제 동무들까지 불러다가

주고받는 장단을 친다

새벽별에선지 城에서인지

불러다가 장단을 친다

 

​당신 영혼의 샅의 따스함을 내 어디에 꼭꼭 지니려 함을

알고나 있었는지

 

​​3

애인의 눈동자 깊이

구덩이를 파고 자기 심장의 종소리들을 묻어본 적이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