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오월을 드립니다 /박희자
뚜르(Tours)
2024. 5. 26. 18:01
오월을 드립니다 /박희자
꽃 떨어진
자리에 잎이 돋아나
꽃보다
더 고운 연초록잎
산뜻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오월입니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서
노래 부르는 유치원 아이들의
똘똘한 음률 사이로
연보랏빛 등나무꽃
송이송이 하늘에 걸어놓고
사랑의 길 만드는 오월입니다
겨우내 터 싸움하던
까마귀는
끈기 있는 까치에게
자리 밀려나고
서둘러 둥지 틀어 드나드는
까치의 폴폴한 날개깃 속에서
곧 식구가 늘어 날 오월입니다
초록나뭇잎은 하늘을 가리고
장미 넝쿨은
텅 빈 담장에 꽃대를 엮어서
여왕의 계절에
선물로 준비한 오월입니다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펴고 담쟁이 넝쿨처럼
한걸음에
한 개의 초록희망을 심고
또 한걸음에
한 개의 사랑을 심어
더 기운차고
더 당당한 가슴으로
땅끝에서 하늘까지 닿는
오월의 초록향기 가득히 담아
사랑하는 내 그대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