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남의 이야기 / 고영민

뚜르(Tours) 2025. 3. 3. 22:02

 

 

남의 이야기  /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

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

밖에 나왔는데

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

돌아가신 지 삼 년 된 어머니가 다른 모습으로

아직 이승에 살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생뚱한 생각으로

한동안 쳐다보았다

어제 퇴근길

사내아이의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딸만 둘인 내가

모르는 사내아이의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왜 돌아보았을까

- 『햇빛 두 개 더』, 문학동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