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작약의 언저리 ​/조용미

뚜르(Tours) 2025. 6. 2. 11:01

 

 

작약의 언저리  ​/조용미

불쑥 나타난 짙붉은 작약이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었다

커다란 고무통에서 피어난

붉은 작약들

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소피가 들어있었던 고무통

안에서,

손톱에 끼어있는

독한 향기는

이제 막 피어난 꽃의

맹렬한 고통에서

비롯된 것

울렁이며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작약이었기에

벌어진 붉은 잎들 사이로

금방 쏟아져나올 듯

구불구불한

노란 수술이,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수줍음이

ㅡ 《현대시학》(2025,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