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유월의 밤꽃 /김윤수

뚜르(Tours) 2025. 6. 11. 18:40

 

 

유월의 밤꽃   /김윤수

 

 

엄동의 긴 긴 밤

울음소리도 구슬픈 청상과부의 아픔이련가

기다림, 갈망 그것은 본능의 몸부림이었다

 

달아오르는 가마솥의 열기가 누룽지를 만들듯

가슴 속에서 생성되는 뜨거운 욕망은 온 몸에 사리를 만들고,

밤의 본능은 진한 그리움, 갈망, 그 파장 속에서 시작된다

 

수컷의 그것에서

진한 향기와 함께 연약한 생명을 잉태하고

부드러운 속살은 그 속에서 인고의 묵언수행을 한다

 

배꼽을 타고 흐르는 계곡이 울부짖으며

산고의 아픔과 짜릿한 희열 속에 붉은 생명 떨굴 때,

밤(栗)은 밤(夜)의 노래를 들었는가

 

잠 못 드는 새벽 여명의 치마 걷어 올리고

새벽이슬 수줍게 속살 보이며

마음은 주머니가 되고, 바랑이 되어

붉은 선혈의 씨앗을 주워 담는 가을,

 

가을의 그 흐느낌은

유월의 잔잔한 파장으로부터

잠자는 욕망을 깨운다

기다란 수컷의 향기로 유월의 밤꽃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