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의 말로 어찌 장가계의 큰 뜻을 표현하리.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아야 한다는 장가계, 그 웅장한 산세와 강한 기운 앞에서 어느 누가 잘난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염없이 겸허해지는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마음으로 담아온 장가계는 눈을 감아도 그 산세가, 그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분명할 터인데 그 사이로 힘차게 솟아있는 봉우리들과 깎아지르는 기암괴석 그리고 절묘한 산세는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을 벗삼아 몽환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또렷한 산수화 한편을 그려낸다. 인간이 그린 그림의 배경은 모두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하더니 그 말이 정말 인가보다.
상상의 산물이라 여겼던 중국 산수화의 한 장면이 이 곳 장가계에서 현실이 되어 두 눈앞에 펼쳐진다. 人生不到張家界, 白歲豈能稱老翁(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가계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중국인들은 이 곳의 아름다움을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하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칭송하고 있다.
기이한 형상의 봉우리와 너무나 청명한 산세, 봉우리를 휘휘 감으며 걸쳐진 구름과 모진 생명력의 소나무, 태고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약 3억 8천만 년 전 그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저 망망대해가(아득하게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넘실대던 자리였건만.
신선만이 드나들던 장가계는 세계자연유산이 되면서 우리 속세 사람들에게 그 비범한 자태를 드러냈다. 꿈을 꾸는 것일까, 혹여 신선 노는 곳에 잘못 온 것은 아닌지. 어디 나 모르게 썩고 있는 도끼자루라도 있을라 주위를 돌아보지만, 어느새 온몸을 둘러싼 장가계의 짙은 기운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맑아진다.
장가계에 들어서 그 청명한 기운에 어느 정도 속세의 때를 씻어낼 즈음, 무릉원 서북쪽에 위치한 천자산의 힘찬 기세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세상 천지를 고요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심상치 않은 기운은 마치 무협 소설의 한 장면처럼 몸 속으로 스며들어, 장가계 관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지치지 않을 원기를 부여해준다. 천자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게 되는데, 발 아래 깊은 계곡과 기암이 만들어내는 장관이 얼마나 웅장한지 별천지가 따로 없다. 특히 천자산의 4대 명관으로 일컬어지는 운도, 월휘, 하일, 동설은 각각 구름으로 덮인 산봉우리, 휘영청 밝은 달 빛 아래 천자산, 여름날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 눈으로 덮인 겨울 절경을 뜻하며 변화무쌍한 천자산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이처럼 장가계의 볼거리는 모두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진기한 형상의 봉우리나 기암들은 저마다 그 형상에 유래한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한자 문화권인 우리에겐 그 재미가 남다르다. 구름을 뚫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세 개의 돌 봉우리는 그 꼭대기에서 모질게 자라난 소나무 덕분에, 마치 붓을 거꾸로 세워놓은 형상이라 어필봉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패전 후 천자를 향해 황제의 붓을 던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 하니, 독특한 형상은 물론 이름까지도 쉽게 잊혀지지 않겠다. 천대새해, 선녀헌화, 하룡공원 등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정성스레 감상한 후 원가계로 이동한다.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내에 위치한 원가계는 장가계에서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로 높이 300미터의 커다란 바위 두 개를 잇는 천하제일교를 만나볼 수 있다. 놀랍게도 이 석교는 천연으로 연결된 것. 인공이 아닌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역시 세계 최고의 예술가는 자연이요, 최고의 작품은 장가계다. 다음 코스 역시 자연의 작품이다. 협곡의 양쪽으로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들이 저마다 다른 형상으로 눈을 사로잡는 가운데, 야생화 향기가 후각까지 자극하는 이 곳은 십리길이 마치 산수화를 전시하는 화랑 같다 하여 십리화랑이다. 이름 그대로 11.6리의 이 협곡을 따라 전각루, 수성연빈, 양면신 등 볼거리가 다양한데 모노레일을 이용해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확 트인 산세와 돌 봉우리들의 절경을 어찌 놓치리. 경사가 심한 돌계단이 이어져도 황석채 같은 코스를 아니 갈 수 없는 노릇이다. 천자산에서 아무리 원기를 충전했다 하더라도 이제 두 발이 제동을 걸어온다. 요즘 어느 관광지를 가도 제공되는 발 마사지 서비스지만 장가계의 발 마사지는 그 중에서도 유명하니 어디 신선놀음 한번 해볼까. 절경에 취해 걸어 다니느라 피곤에 지친 발을 약초 물에 담그고 우선 팔 다리 어깨를 주물러준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발 마사지에 들어가는데 손마디에 강약을 주어 눌러주는 동안 온 몸의 피로가 스르르 풀어져버린다.
수많은 종유석들이 천태만상을 보여주는 황룡동굴을 모터 배를 타고 여유롭게 감상한 후 금편계곡에서 삼림욕 하는 것으로 장가계 관광을 마감한다. 신선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계곡 양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들이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한 점의 산수화라 그 속을 거니는 동안 신선이라도 된 듯 마음의 평정을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가 평탄해 노년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원시림에서 나오는 좋은 성분에 온갖 잔병과 스트레스가 다 치유되는 것만 같다. 장가계를 다녀온 후 인생이 더 여유로워진 것은 평생 꿈에 그릴 수 있는 무릉도원을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
장가계는 세계의 관광 명소이자 동시에 토가족, 맥족, 묘족 등 다양한 소수 민족들의 생활 터전이기도하다. 그 중 토가족은 대표적인 소수 민족. 작은 몸집에 검은 피부가 인상적인 이들은 관광객에게 짚신이나 장신구들을 판매하고 있어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천 원 천 원 하며 잘도 따라붙는다. 수화산관이라고 불리는 토가족 박물관은 호남성 서부 지역의 고대 가구나 민간 수예품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토가족의 복식사, 전통 음식, 민속 공연이 매우 흥미롭다.
황산은 1년 열두 달 중 열달은 비가 오고, 한들은 흐리다. 그나마 남은 한달 중에서도 쾌청한 날씨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럼에보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위에 구멍을 내 철심을 박고 받침대를 놓아 길을 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그곳에 가고자 했다. 도대체 저 황산을 뒤덮은 비와 운무는 무엇을 가리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무엇을 보고자 황산으로 향하는 것일까? 감추어둔 것일수록 더욱 애타게 보고 싶다했던가. 진정한 동양 산수화의 진수가 황산에 숨어 있다.
황산 산행은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의 연속이다. 때문에 지도상에 나타난 거리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벼랑 옆으로 길을 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고, 작은 봉우리 사이를 연결한 허공 다리, 짧은 동굴을 수 없이 만나게 된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아찔한 풍경과 절경이 이어진다. 그것도 해발고도 높은 곳에서. 그래서 황산 안내 팜플렛에는 중국인다운 호기로 이런 글귀가 써져 있다. '길을 걸어가면서 경치를 구경하지 말며, 경치를 구경하면서 길을 걷지 마라'고. 빼어난 절경이니 경치에 눈을 뺏겼다가 발을 잘못 디딜수도 있는 일이고, 조심해서 길을 걷다 보면, 경치는 구경하지 못하고 길만 보고 걸을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리라.
서해대협곡황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절경으로 꼽히는 서해대협곡. 황산을 등반하던 등소평이 협곡의 아룸다운 절경에 반한 나머지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라고 지시해 10년 동안 14만 개의 돌계단을 만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산 옆구리에 길을 달아 낸 신기한 풍경, 마치 허공을 걷는 듯 발아래로는 아찔한 풍광이 펼쳐지는 탓에 혹여 맞은 편 사람이라도 마주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쁘다. 황산 관광의 키포인트는 서해대협곡에서 맞이하는 장엄한 일출과 일몰이다. 특히 1년 365일 중 단 50여일만 일출과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행운이 따라야만 가능한 일이다. 서해대협곡의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산 위의 호텔에서 숙박해야 가능한 일이다. 일출, 일몰 그리고 운무어느 여행지든 일출과 일몰은 아름답다 하지만 황산은 그 어떤 여행지보다 더욱 진하고 장엄한 빛을 낸다.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 더욱 선명하고 검게 드러나는 봉우리와 소나무들이 단순하지만 말할 수 없는 깊은 그림을 만들어 준다. 일출이나 일몰을 제대로 보려면 산 위의 호텔에서 묵는 것이 좋다. 일출과 일몰 만큼 황산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운무다. 모든 산마다 저마다의 운무가 있지만 황산의 운무는 마치 천상의 세계인 듯 오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운무로 둘러싸인 황산을 감상하는 데는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광명정'이 제일 유명하다. 1955년 경 쌓은 기상대 역시 일출과 일몰 그리고 운무를 가장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황산은 바위와 소나무가 그려낸 모습에 구름이 더해져 수묵화를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계절이 더해지면 흑백의 수묵화가 채색화가 된다. 봄이면 악세트처럼 산자락에 복숭아꽃과 매화,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 빨강과 연분홍, 노랑색이 더 해진다. 바위산이고 나무 대부분이 소나무인 탓에 꽃은 흐드러지게 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절제미가 느껴지는 곳이 황산, 꽃이 점점이 산을 메우다가 산이 점점 초록으로 물드는 여름이 온다. 소나무의 초록이 무색할정도로 산은 푸르르지만 바위산의 면모를 감추지는 못한다.
황산에 또 한번의 절경이 돌아오니 가을이다.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러도 그 푸르름 사이에 봄의 붉고 노란 빛과는 다른 단풍이 펼쳐진다. 가을 햇살 속에서 투명하게 비친 붉은 나뭇잎 하나가 황산에 가을이 왔음을 그리고 곧 겨울이 올 것임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산이 추운 겨울 동안 문을 꼭꼭 닫아 걸어 잠그는 반면 황산은 매번 새로운 설경을 뽑내기 바쁘다. 푸른 잎으로 흰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와 소복하게 바위에 쌓여가는 눈, 그리고 눈 위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의 찬란함이란.
감쪽같이 말끔해진 계단을 오르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안 발아래로 펼쳐진 설국은, 고매한 신비의 붓끝에서 탄생한 수묵화처럼 고요하고 평온하다.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으로 설경의 조화를 이루는 겨울 황산의 풍요로움은 여느 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황산의 절경에 그리고 그 웅장한 규모에 놀란다. 바위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 한그루가 둘로 나뉜 듯, 두 그루가 하나로 합해진 듯 오묘한 소나무. 날아갈 듯 혹은 날아와 박힌 듯 세워진 바위, 아름다운 계곡... 황산의 절경은 눈을 돌리는 곳마다 자리한다. 그 와중에 뽑힌 황산의 5대 절경이다.
한결같이 푸른 기송 | 바위 사이에 뿌리 내린 우뚝 솟은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는 황산의 독특한 지형과 기후에서 자라 황산송이라 불린다.
언제나 그 자리에 괴석 | 황산 등반 중에 만나게 되는 다양한 모양의 암석들. 그 중 유명한 것으로는 비래석(날아와 떨어진 듯한 모양의 돌)이 있다. 황산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다.
바다처럼 펼쳐진 구름, 운해 | 황산의 구름은 바다처럼 광활하게 펼쳐진다. 구름 위에 수채화처럼 붉게 번지는 일출과 일몰은 매우 활홀하다.
비취계곡 | 물이 흔하지 않은 황산에서 계곡은 반갑기만 한데, 그것도 아름다운 비취 빛깔이다. 골짜기엔 아름다운 빛깔의 크고 작은 못이 존재하니, 황산 여정의 아름다움을 더욱 배가 시킨다.
겨울에 피는 꽃, 동설 | 겨울 황산이 의외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동설, 내린 눈 때문이다. 나무들은 눈으로 꽃을 피우고 멀리 봉우리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 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