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최인호/ 여백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게 아니지요.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법정)
"작고 단순한 것에 행복이 있다는 진리를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밤이 돼야 별은 빛나듯이 물질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최인호)
지난 2010년 3월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 당시 5개월여 계속된 항암치료에 지쳐 도망칠 곳을 찾던 최인호는 폐암으로 떠난 법정의 열반 소식을 듣고 길상사를 찾았다. 문상을 마친 그는 길상사 경내를 걷다가 낯이 익은 요사채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곳이 7년 전 법정과 함께 대담을 나눴던 장소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2003년 4월 월간 '샘터'가 마련한 대담이었다. 최인호와 법정은 길상사 요사채에 앉아 사랑과 가족, 자아, 진리, 삶의 자세, 시대정신, 고독, 죽음 등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끝날 무렵 최인호가 물었다. "스님, 죽음이 무섭지 않습니까?" 법정은 대답했다. "죽음은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03년 4월은 7년 후 법정 스님 자신이 입적할 것이란 사실도, 최인호 자신이 암과 싸우고 있을 거란 사실도 몰랐던 봄날이었다. 최인호는 그 자리에서 깨닫는다.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 내일 일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먹고 마시고 춤추며 껄껄대며 사육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두 사람이 4시간여 이어간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미사여구 없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리운 법정과 최인호의 생생한 육성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최인호가 요사채를 떠나던 길, 모진 한파와 눈보라를 이기고 피어난 노란 색깔의 영춘화가 눈에 띄었다.
머리속에 문득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금언이 떠올랐다.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
죽음마저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떠난 두 사람. 아름다운 '수행자'들이 던지는 화두는 깊은 울림을 준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출처 : http://www.fnnews.com/news/20150226144729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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