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들과의 저녁 식사 - 김해자
언니들과의 저녁 식사
밥 먹으러 오슈
전화받고 아랫집 갔더니
빗소리 장단 맞춰 톡닥톡닥 도마질 소리
도란도란 둘러앉은 밥상 앞에 달작지근 말소리
늙도 젊도 않은 호박이라 맛나네,
흰소리도 되작이며
겉만 푸르죽죽하지 맘은 파릇파릇한 봄똥이쥬,
맞장구도 한 잎 싸 주며
밥맛 없을 때 숟가락 맞드는 사램만 있어도 넘어가유,
단소리도 쭈욱 들이켜며
달 몇 번 윙크 하고 나믄 여든 살 되쥬?
애썼슈 나이 잡수시느라,
관 속같이 어둑시근한 저녁
수런수런 벙그러지는 웃음소리
불러주셔서 고맙다고, 맛나게 자셔주니께 고맙다고
슬래브 지붕 위에 하냥 떨어지는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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