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동안거(冬安居)

뚜르(Tours) 2023. 11. 16. 09:55

 

 

겨울산  /최승호

개구리의 동안거는 입을 딱 붙이고 안 먹는 것이다. 곰의 동안거는 굴 속에서 한잠 푹 자는 것이다. 나무의 동안거는 우두커니 봄을 기다리는 것이고, 산승의 동안거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깊이 생각하며 좌선하는 것이다.

말이 안거지 들여다보면 다 고된 수행이다. 겨울산에서 나오는 봄날의 뱀을 보라. 얼마나 고되게 수행을 했는지 얼굴은 핼쑥하고 몸이 수척해서 개구리를 만나도 잡아먹을 힘이 없다.

 

 

 

 

겨울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펼쳐내야 하는 수능시험 보는 날에 하필 비가 내리다니... 다행스럽게도 추위가 겸손하게 몸을 사리는 행운이 있어 다행입니다. 내년에는 내 큰 손녀가 고3이 되니 내년 이 맘쯤이면 가슴을 졸이는 시간일 테지요. 둘째 손녀는 내년에 중3이 되고 큰 손자는 중1이 되고 셋째 손녀는 초2가 됩니다. 단 하나밖에 없는 외손자는 초딩이 됩니다. 내년에는 기도를 힘들게 바쳐야 할 거 같아요. 세월이 참 빠르다 하지만 하루, 한 달, 일 년이 음속으로 달아나는 듯합니다.

 

겨울비 내리는 날 아침이 호젓하게 나를 감쌉니다. 게으름 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어차피 늦게 일어나 아침 미사를 거르고 저녁 미사로 미루었습니다. 오늘 하루 2만 보를 걸어야 하는데 비를 피해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비가 내린 후 내일부터 추위가 온다네요.

동안거(冬安居)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야 하겠네요.

문풍지 사다가 곳곳에 붙여야 하는데....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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