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최승호
개구리의 동안거는 입을 딱 붙이고 안 먹는 것이다. 곰의 동안거는 굴 속에서 한잠 푹 자는 것이다. 나무의 동안거는 우두커니 봄을 기다리는 것이고, 산승의 동안거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깊이 생각하며 좌선하는 것이다.
말이 안거지 들여다보면 다 고된 수행이다. 겨울산에서 나오는 봄날의 뱀을 보라. 얼마나 고되게 수행을 했는지 얼굴은 핼쑥하고 몸이 수척해서 개구리를 만나도 잡아먹을 힘이 없다.
![](https://blog.kakaocdn.net/dn/bi7o9k/btsAriEumQ6/aV6lh5d81ofRvhsUH6Sxf0/img.jpg)
겨울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펼쳐내야 하는 수능시험 보는 날에 하필 비가 내리다니... 다행스럽게도 추위가 겸손하게 몸을 사리는 행운이 있어 다행입니다. 내년에는 내 큰 손녀가 고3이 되니 내년 이 맘쯤이면 가슴을 졸이는 시간일 테지요. 둘째 손녀는 내년에 중3이 되고 큰 손자는 중1이 되고 셋째 손녀는 초2가 됩니다. 단 하나밖에 없는 외손자는 초딩이 됩니다. 내년에는 기도를 힘들게 바쳐야 할 거 같아요. 세월이 참 빠르다 하지만 하루, 한 달, 일 년이 음속으로 달아나는 듯합니다.
겨울비 내리는 날 아침이 호젓하게 나를 감쌉니다. 게으름 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어차피 늦게 일어나 아침 미사를 거르고 저녁 미사로 미루었습니다. 오늘 하루 2만 보를 걸어야 하는데 비를 피해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비가 내린 후 내일부터 추위가 온다네요.
동안거(冬安居)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야 하겠네요.
문풍지 사다가 곳곳에 붙여야 하는데....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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