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물 위에 1/7만 노출한 채 떠 있는 빙하와도 같다.”
1939년 오늘(9월 23일)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구강암의 고통으로 신음하다, 친구인 막스 슈어 박사에게 모르핀을 투여해 달라고 부탁해 고통의 의식도, 무의식도 없는 곳으로 떠난 날입니다.
프로이트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의 양대 과학자로 선정한 천재였습니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열린 사회의 그 적들》에서 “프로이트의 통찰력과는 별개로 정신분석학은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라고 비판했지만, 뇌 영상과학과 정신건강의학의 발달로 정신분석학의 상당 부분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지요?
프로이트는 사람의 마음은 자아, 초자아(도덕적 감시자), 이드(원초적 본능의 파편들)로 이뤄지는데, 이들이 서로 조화롭기 힘들기 때문에 불안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의 자아는 원초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도피기제에 의존하는데, 미숙한 인격은 아기 같은 도피기제를 따릅니다. 유아적 도피기제는 △자신과 남에 대한 태도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선과 악으로 구분해 마음의 짐을 더는 ‘분리’ △중요한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인 양 인식해서 지지하거나 닮으려고 하는 ‘동일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열등한 부분을 상대편에게 떠넘기고 비난하는 ‘투사’ △부정적 감각정보를 모르거나 없는 것처럼 부인하는 ‘부정’ 등이 있습니다.
어떤가요? 우리 사회가 부정적 도피기제로 가득 찼다고 느끼는 건 저만의 옥생각일까요?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극단적 몇몇을 제외하고) 사람의 본성은 대체로 비슷하고, 내가 지지하는 사람도 잘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두 편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나는 극단적으로 옹호하고, 상대편은 저주하는 유아적 도피기제에 따라 행동합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점들을 깨닫는 혜안이 생겨 부드러워져야 할 건데, 대부분은 더욱더 옹고집이 됩니다.
프로이트는 1896년 《히스테리 연구》를 통해 히스테리를 무의식의 영역에서 설명했는데, 나중에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집단 히스테리의 개념으로 우중(愚衆)의 심리를 설명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집단은 결코 진실에 목마른 적이 없다. 집단은 환상을 요구하고, 환상 없이는 견디지 못한다”고 갈파했는데, 우리 사회는 갈수록 더 그렇지요? 부정적 도피기제의 집단의식에 묶인 우중들은 누군가 영화, 소설에서 만든 허상에 대해 진실을 말하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공격하지요? 이런 개인은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롭고 불안합니다. 마음의 무의식에서 억울함을 증폭시키며 살다가 누군가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집단적으로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프로이트는 승화(Sublimation)를 이상적 도피기제로 제시했습니다. 부정적 충동이나, 욕구를 미술, 음악, 유머, 스포츠 등을 통해 풀면서 인격도 고양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이들 활동을 배우거나 내재화하기 가장 좋은 시기에 오로지 경쟁만 강요받습니다. 학교에서 스포츠와 예술을 가르치려고 해도 정신적으로 병적인 학부모들이 격렬히 반대합니다. 우울증, 자살, 불안 등의 단어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무의식을 통제하며 사는 것은 힘들겠지요. 그러나 ‘승화’의 여러 활동을 통해 마음이 밝아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정신분석학의 어려운 이론을 통하지 않고도 명확하지 않나요? 오늘부터 운동, 예술활동, 유머 중 하나라도 가까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 하고 있다면, 마음 건강을 염두에 두고 좀 더 체계적으로 실천하면 더 좋겠지요?
이와 함께 자신의 도피기제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매사 선악으로 구분해 따지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용기에 발 딛은 비판인지, 유아적 도피기제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도···.
<제1357호 이성주의 건강편지 ‘프로이트가 지금 한국사회를 봤다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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