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 어려워져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뒤따라 어머니도 흔적이 없어져버린 그 집에는
내일을 알수없는 할아버지와 철모르는 어린 아이가 살아갑니다.
한 해라는 기나긴 시간을 지나온 이 사람들이 보이시는지요?
하루를 더는 못살 듯 힘겨워도 꿋꿋이 견뎌온 이도,
한 해가 다하도록 한 줄기 희망조차 찾지 못했던 이도
당신께선 지금 이 시간 모두 헤아리시는지요?
그 어느 누군들 한 순간이라도 당신을 바라지 않은 적이 없었음을
당신께선 알고 계시는지요?
이른 새벽 트럭에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는 남편,
그 곁에서 털장갑을 끼고 입김을 뿌옇게 내는 아내가 서 있습니다.
엄마가 감싼 포대기엔 아기가 곤히 잠을 잡니다.
저녁 늦도록 불 꺼진 집,
일터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밤 늦게야 돌아오는
그 집의 한 아이가
차가운 바람에도 놀이터에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도시의 흥청거리는 밤거리 한 구석으로 좌판을 펼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한 푼이라도 구하겠다는,
당신 닮은 이의 시린 손이 떨고 있습니다.
예수님,
가난이 죄가 아니라면
이 사람들이 당신의 백성입니다.
당신께서 가장 먼저 보살피시겠다던
바로 그 어린 백성들입니다.
나의 이 어리석은 눈에도 이토록 많은 이들이 보이건만
감당할 수 없이 아파하는 사람들이, 이 땅엔 도무지 얼마나 많겠는지요.
지나가는 한 해를 이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봉헌하오니
다가오는 새해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힘겹고 아파하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없도록
이 모든 이가 당신의 참된 백성으로 기뻐한다면 좋겠습니다.
-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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