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가요>
검으면 희다하고 희면 검다하네
검거나 희거나 올타하리 전혜(專兮) 업다
찰하로 귀막고 눈감아 듯도 보도 말리라. - 김수장 -
[현대어 풀이]
검으면 희다고 하고 희면 검다고 하네
검다고 말하나 희다고 말하나 옳다고 할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차라리 귀를 막고 눈도 감아서 듣지도 보지도 않으리라.
[창작배경]
조선 후기 경종 때,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노론과 소론이 벌인 당쟁에 대하여 개탄을 읊은 것이다.
그 당쟁을 ’신임사화’ 또는 ’임인옥(壬寅獄)’이라고 부른다.
[이해와 감상]
초장은 흑백논리를 말하고 있다.
희지 않으면 검다, 검지 않으면 희다고 단정지어 버리고, 그 중간의 빛깔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변증법적으로 말하면 정(正)과 반(反)만이 있을 뿐 그것이 지양되는 ’합(合)’의 차원이 없는 것이다.
당쟁의 모습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있었을 뿐, 거기에는 타협이니 발전이니 하는 상향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중장에서는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고 하는 터이니, 검거나 희거나 절대 옳은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종장에서는 귀막고 눈감고 듣지도 보지도 않을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즉,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옳지 못한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나라의 평화와 질서는 깨어지고 혼란해진 상황 속에서,
그러한 광경을 보지도 참여하지도 않으리라는 단념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질고 정당한 비판력을 가진 인재는 초야에 숨어 버릴 수밖에 없고,
강호에서 백구나 벗삼고 낚시질로 세월이나 낚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아마도 이 시조는 직접적으로는, 경종의 무자병약(無子病弱)이 불러들인 왕위계승권을 에워싼 노론과 소론의 대립에서,
노론의 4대신과 60여 명의 인재를 역모로 몰아 투옥하고 죽이고 귀양 보낸 것에 대한 지은이의 비분강개가
차라리 방관, 무관심 내지 묵살로 변해 버린 것에 대해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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