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도 살아있는 미끼 묶어놓고 촬영?
"생명을 미끼로 쓰는 행위 가이드라인 통해 전면 금지
상어 물개사냥장면은 실제"
"BBC가 인위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묶어놓고 촬영했다는 KBS측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BBC는 촬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생태계와 생명 윤리에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는 행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KBS '환경스페셜' 수리부엉이 다큐멘터리가 조작됐다는 본지 보도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에, BBC 대변인(마크 맥도널드)은 1일 "KBS의 말처럼 백상어(백상아리)가 물개를 잡아먹는 장면을 찍기 위해 물개를 묶어놓고 찍은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완벽하게 거짓"이라며 "제작진은 상어전문가와 함께 남아공 물개섬(Seal Island)에서 수주일간 머물며 생태를 관찰하다 그 장면을 포착해 낸 것"이라고 밝혔다.
- ▲ 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남아공에서 백상어(백상아리)가 물개를 잡아먹기 위해 물 위로 솟구치는 장면을 어렵게 포착해 냈다. 사진은 화면 캡쳐 장면.
지난해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3년간의 기록'은, 본지 취재를 통해 토끼, 꿩 등 먹이가 되는 동물의 발을 줄로 묶어 수리부엉이의 사냥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돼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KBS '환경스페셜' 조인석 EP(총괄프로듀서)는 보도가 나간 직후인 7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BBC의 '플래닛 어스'에서도 이러한 촬영 기법은 종종 등장한다. 남아공에서 백상어(백상아리)가 물개를 잡아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 역시 물개를 묶어놓고 찍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그것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것까지 밝히면 감동이 다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장면을 찍은 다큐 전문 촬영작가 사이몬 킹(King)의 대변인 제리 크립(Cripps)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절대 인위적인 촬영은 없었다"며 "KBS측의 주장은 완벽하게 날조(fabrication)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말한 장면은 2006년 11월 방송된 '플래닛 어스'-9편 '얕은 바다(Shallow Seas)'편에 등장하는 것으로, 영국에서 2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시리즈는 지난 2007년 '살아있는 지구'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 ▲ 지난해 3월 방송된 KBS 1TV ‘환경스페셜’ 수리부엉이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먹이가 되는 동물의 발을 묶어 놓은 채 수리부엉이 사냥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밝혀져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KBS 제공
'플래닛 어스' 등 BBC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BBC자연사단'(The BBC Natural History Unit) 역시 인터뷰에서 "(BBC에 대한) KBS 주장은 거짓일 뿐만 아니라, 경이적인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인위적인 설정이 들어간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며 "BBC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야생 상태의 동물을 찍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위험할 때만 아주 가끔 통제된 조건(controlled conditions)에서의 촬영이 허락되긴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라며 "새로운 촬영 기법이 있다면 방송보다는 웹사이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BBC 대변인은 또 "KBS가 '살아있는' 토끼를 묶은 것이 맞냐"며 수차례 물은 뒤 "그렇다면 그들의 행동은 BBC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BBC 자연사단'은 이에 대해 "BBC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떠한 잔인한 장면을 연출한다거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미끼로써 촬영하는 건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BBC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이드라인'은 ▶촬영을 위해 새를 잡는 것▶살아있는 포유류나, 새, 파충류 등을 먹이로 주는 일▶포식자를 유혹하기 위해 척추동물을 묶어버리거나 이동을 제한시키는 일▶화(火)를 돋우기 위해 동물을 찌르거나 자극시키는 일을 '불법'으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BBC 대변인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건 무엇보다 생명 윤리"라며 "촬영 대상에게 육체적인 위해(危害)를 가하거나 고통을 안기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잔인한 행동은 반드시 퇴출돼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CHOSUN.COM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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