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스스로 기적이 돼라

뚜르(Tours) 2012. 5. 26. 22:25

 # ‘1814년 3월 31일, 퐁텐블로의 나폴레옹’이란 제목의 그림이 있다.
폴 들라로슈가 그린 작품이다.
나폴레옹의 비서였더 루이 드 부리엔이 쓴 회고록에는 이 그림이 실제 어떤 상황에서 그려졌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1814년 3월 30일, 나폴레옹은 퐁텐블로로 향했다.
아침 6시쯤 퐁텐블로 성에 도착하자 그는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 박혀서 31일까지 이틀 내내 나오지 않았다.”
이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밤새 말을 타고 와서 흙이 잔뜩 묻은 부츠도 벗지 않고 새벽 안개를 가르며 오느라 축축해진 잿빛 코트마저 그대로 걸친 채 의자 등받이에 오른팔을 걸쳐놓고 아주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그림 속의 나폴레옹에겐 더 이상 황제의 위용도, 영웅의 패기도 보이지 않는다.
비록 두 눈을 부릅뜨곤 있지만 그저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명과 마주하고 있는 외롭고 지친 남자일 뿐이다.
그 순간 그는 상황역전의 기적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기다리던 기적은 오지 않았다.

 # 기적은 바란다고 혹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기적은 그 누군가가 부쳐준 선물이 아니다.
기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낙하물이 아니다.
기적은 스스로 빚고 만드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으리라.
하지만 천하의 나폴레옹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기적을 앉아서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것은 사실 ‘자포자기(自暴自棄)’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 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그해 4월 6일 나폴레옹은 황제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퇴위각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엔 바라고 기다리던 기적이 오지 않자 절망한 나폴레옹은 일주일이 지난 4월 12일과 13일 밤 사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독약을 들이켰다.
그나마 그 독약이 치명적인 것이 못돼 극적으로 다시 살아난 나폴레옹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죽음의 신은 내가 침대에서 죽는 것보다 전쟁터에서 죽기를 더 바라므로 나는 살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 겨우내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우는 과정 자체는 우리에게 봄이 곧 기적이고 자연이 기적을 만듦을 새삼 일깨워준다.
하지만 그것 역시 기적으로서의 봄을 기다려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의 기운이 스스로 기적을 만들고 빚음으로써 가능한 것 아닌가.
자연이 그러하듯 사람 역시 살면서 날마다 기적을 만들고 빚어야 한다.
그게 살아있을 이유다.
결코 특별한 존재만 기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도 날마다 기적을 만들 수 있고 빚을 수 있다.
그 기적의 자궁은 다름 아닌 내 일상이다.
기적은 먼 데 있지 않다.
아주 가까이에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드는 것! 그것이 기적의 생산이다.
날마다의 일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작고 사소한 차이를 쌓고 쌓아 온축시켜서 마침내 발화하는 것이 삶의 기적이요, 생활 속의 기적 아니겠는가.
그렇게 보면 우리는 모두가 ‘기적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항상 불만에 차있는 짐 캐리에게 창조주로 분한 모건 프리먼이 이렇게 말한다.
“자네 기적을 보고 싶나? 스스로 기적이 되게나! (You want to see a miracle, son? Be the miracle!)”
그렇다.
스스로 기적이 되자.
누가 기적을 보여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기적이 되자.
‘삶이 기적이고 사람이 기적’이다.
일상의 반복이 삶의 기적을 희석시키고 삶의 단조로움이 사람이 기적이며 생이 기적임을 덮어버리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삶의 안팎으로 도처에 기적이 있다는 점을!
삶은 경이롭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빚어낸 크고 작은 기적들을 날마다 확인하기에 더욱 그렇다.
어제와 다른 오늘, 그것은 기적이다.
오늘과 다른 내일, 그것 또한 기적이다.
그 안에는 차이라는 것이 숨어 있다.
그 차이의 지속과 차이의 온축을 통해 기적은 자란다.

 

                      정진홍의 <소프트파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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