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사람에 대한 투자야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뚜르(Tours) 2012. 7. 4. 09:04

나에게는 두 명의 ’조강지처’가 있다.
바로 내 아내와 우리 공장장이다.

공장장은 85년 회사가 한참 어려울 때 메이저급 화장품회사의 생산과장 자리를 버리고 우리 회사로 와주었던 고마운 친구이다.

당시 우리 회사에 원료를 납품하던 무역회사 사장의 소개로 면접을 보러 왔던 그이가 내게 물은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장님, 이 회사 오래 하실 겁니까?"
’월급은 얼마나 줄 거냐?’ ’처우는 어떻게 해 줄거냐?’ 라는 말 따위는 아예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그렇소. 이 회사에 내 남은 인생을 걸 작정이오."
"그럼 됐습니다. 언제부터 출근하면 됩니까?"

나는 이 친구가 점점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공장장은 면접을 보러 오기 전에 이미 나에 대한 조사를 모두 끝마쳤다고 한다.
성균관대 약학과를 나온 것이며 피보약국을 운영하면서 피부 연고로 명성을 날렸던 것이며 무허가제약 혐의로 고발당해 커다란 좌절을 겪었던 것까지 말이다.
그런 다음 ’이 회사가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성장 가능성만은 충분하다. 내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찾아왔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모험이었음에 틀림없다.
사실 직장 동료와 친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내 욕심에 그이를 데려다 공장장 자리에 앉혀놓긴 했지만 미안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명색이 공장장이지 급여도 전만 못했다.
보다 못한 나는 다달이 1백만 원씩을 따로 책정해 그 친구에게 건네주며 독려를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이를 내 곁에 붙잡아두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장이 본사로 나를 찾아왔다.
"사장님, 제가 공부를 좀더 해야겠습니다."
"그거 좋지. 무슨 공부를 할 건가?"
"중앙대학교 약학과 대학원에 가서 약학 박사학위를 딸 생각입니다. 사장님이 학비를 좀 대주십시오."
"그래, 좋아. 열심히 해봐."

물론 그때는 내 형편도 어려웠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야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 등록 마감일날 사고가 생겼다.
이 친구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등록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이튼날 새벽같이 담당교수에게 전화를 넣었다.
"저는 그 친구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입니다.
제가 그 친구 등록금을 맡아가지고 있었는데 깜박 잊고 등록 날자를 놓쳐버렸습니다.
제 실수로 한 젊은이 장래를 망쳐놓았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어떻게 사정을 좀 봐주실 수는 없는지요?"

전화통을 붙잡고 한참을 사정한 끝에 간신히 공장장을 대학원에 등록시킬 수 있었다.
공부도 때가 있는 법인데 이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일을 계기로 공장장과 나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공장장은 뒷날 숱한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내곁에 남아주었다.
내가 그이를 조강지처로 여기듯 공장장 역시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었던 까닭이다.
36살 나이에 입사해 어느덧 50을 훌쩍 넘겨버린 그이는 지금도 원주공장 공장장이자 우리회사 전무로 내 오른팔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참존화장품 김광석 회장 지음 <성공은 나눌수록 커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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