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아름답다...
"어떤 나무를 제일 좋아하세요.?"
사람들은 나에게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릿하게
저려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대답한다
"아카시아나무요."
연전에 기자 출신의 어느 저자가 쓴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책이 있었다
아마 못생긴 나무들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일 만한 게
아카시아나무일 것이다
별로 우아하지도 않고
게다가 가시까지 달린 이 나무는
이상하게도 황페한 땅,벼랑진곳
아니면 과수원 가장자리나
울타리 한구석에 터를 잡는다
때때로 우리는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야
진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이 진실로 드러나기 위해
온갖 험난한 구비를
돌아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나이테에는
겸손하고 고난을 견뎌내는 이들의
피와 땀과 숨결이 깃들게 마련이다
아카시아 나무처럼 말이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윤석중 님이 작사한
동요(고향 땅)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오늘 내게 알 수 없는 오해를 가져오고
통곡하게 하는 것들이 있을때....
조용히 안으로 잠기며
고향 땅에 묻고 온
한 그루의 아카시아나무를
떠올려볼 일이다
진실은 때로
오랜 시간을 요구할 터이니.
겸손과 인내로
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어떤 것보다
강렬한 향기를 뿜어낼지니...
꽃 색깔도 계절을 탄다...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사계절을 지내노라면
꽃 색깔도 계절 따라
유행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맞춰
무수한 꽃들이
노란꽃,분홍꽃,흰 꽃,빨간꽃,
그리고...보라색 꽃 등
나름대로 아름다운 색상으로 차려입고
그 자태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이다.
아침고요의 계곡에는
풍년화와 노르스름한 꽃이
개화를 시작하며
제일 먼저 봄을 알린다
노르스름한 색채가
잘 드러나지 않을 만큼
작은 꽃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내 마음의 나무...
산기슭 오솔길에
아름드리 나무 하나
어제도 오늘도 묵묵히 서 있다
화려한 봄날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노래하던 새들 날아가버려도
나무는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수많은 이들이 만났어도
잊혀지지않는 이름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사랑했어도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 있다
사랑은 마음에 심는 것...
사랑은 가슴에 뿌리박는 것
너 이제 내 마음의 나무되어
바람 거친 들판을 지키어다오
변화 무쌍한 길을 걸으며
그들은 또 어떤 상념에 젖어들 것인가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하늘나라 정원이 펼처지고 있다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여정이 끝나는 곳이다
문득 천상병 시 "귀천(歸天) " 이 생각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p195~196
출처: 아침고요 산책길 "김 상 경"
이미지: 한나무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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