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고생은 잠깐일지는 몰라도 배우지 못한 고통은 평생 간다고 한다.
독서실을 운영하다 보니 여러 학생의 이런저런 공부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성공하는 학생들은 공부하는 모습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어떤 학생들은 부모한테 이끌려 와서 본의 아니게 독서실 등록을 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독서실에서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실시간 체크까지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그 학생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면에 학원에 갈 여유가 없어 혼자 책을 싸들고 와서 독학하면서 매일 일정 시간을 꾸준히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재수생이나 취업 준비생들도 많다.
그들이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성공 여부를 곧바로 알 수가 있다.
지난해에 옷차림부터 찢어지게 가난할 것 같은 한 젊은이가 독서실을 찾아와서
다짜고짜 "독서실 일을 도와주면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그의 행색부터가 탐탁지 않아 단번에 거절했다.
하지만 그 청년이 하도 집요하게 매달리는 바람에 마지 못해 독서실 ’총무’로 일을 시켜 본 적 있다.
가난에 찌든 ’헝그리 정신’밖에 없는 이 젊은이는 걱정과는 달리 마치 자기가 독서실 사장인 양 청소부터 관리까지 일을 썩 잘해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종일 독서실에 살다시피 하며 공부에도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그의 성실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젊은이가 공부하는 목표가 뭔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기성인으로서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과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 젊은이는 어딘가 시험을 치러 가고 면접도 자주 보러 가는 것 같았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낙방하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도 아팠다.
혹시 소위 말하는 ’빽줄’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길이 없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어언 1년6개월이 흐른 어느 날, 청년은 "독서실 일을 그만 해야겠다"고 했다.
놀란 마음에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띠며 "곧 취직이 될 것 같다"고 하지 않는가?
반가운 마음에 한껏 축하를 해주었다.
며칠 뒤 어느새 양복도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는 선물을 한 꾸러미 들고 다시 찾아왔다.
내로라하는 공기업에 취직이 되었다면서, 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 날이었다. 그리고 그가 잘될 것 같았던 내 예감이 이번에도 들어맞았다는 즐거움은 덤이었다.
정희문 / 독서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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