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실패"라 쓰고 "경험"이라 읽는다

뚜르(Tours) 2013. 9. 25. 19:13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보노라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진보와 보수, 2030과 5060으로 갈려 사생결단하는 것이 옛날과 어쩌면 그렇게도 같은지.

조선시대, 동인/서인/남인/북인/노론/소론으로 갈려 싸우다 외세의 침략을 당하기를 거듭했고.
구한 말, 대원군과 개화당파들이 서로 싸우다 나라를 빼앗겼고.
해방 후, 좌우익으로 갈려 싸우다 나라가 반토막 나고.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텐데도,
백성을 다스리겠다고, 나라를 경영해 보겠다고, 앞에 나서는 사람들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으니 큰 일입니다.

최근에 우리회사는 몇몇 크고 작은 현장과 Project에서 적지 않은 실패와 손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테고 정확히 규명되어야겠지만 제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주부족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악성수주를 감행했고
둘째, 공사의 특이성을 파악하는 역량이 부족하고
셋째, 현장을 관리하고 협상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넷째, 집행원가에 변동을 주는 일이 생겼는데도 수정 / 보고 없이, 투입된 비용에 맞춰 매출을 왜곡인식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실패나 사고가 나면 한 개인이나 관련된 소수에게 책임을 묻고 끝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이나 어떤 특정집단이 잘못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최근의 사례에서 다음 3가지를 교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첫째, Project전체를 꿰뚫어 보는 역량을 높여야겠습니다.
Project를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해서 견적 / 설계 / 제안 할 수 있는 역량이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Project란 생물과 같아서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변동이 있게 마련이고
그러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종합건설회사들이 대형 Project를 잘못 이해하고 수주하여 큰 낭패를 경험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절실하다 하겠습니다.

둘째, 집행은 현장소장이 하는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책임있는 상사들이 Project진행단계별로 적절한 중간 점검을 하고
필요한 지도와 지원을 해줬다면 이렇게 엄청난 실패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공사수행역량이 뒤떨어지는 현장소장이 많습니다.
30년 가까이 공사를 해온 회사인데 공사수행능력이 부족하다니 될 말인가하고 생각하겠지만,
숙련경험자들이 많이 퇴사한 가운데 우리회사의 사업(공사)Pattern은 옛날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셋째, 수주와 집행과정에서 적절한 보고가 따르지 않았습니다.
“보고”라고 하면 “통제 받는다” “감시받는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Communication 한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상하간에 서로 Communication 함으로써 Consensus를 이룰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지도와 지원을 할 수 있고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마지못해 보고를 하거나 보고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직하고 공정한 보고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성공한 기업가에게 성공요인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결정을 잘 했기 때문에”였습니다.
“어떻게 결정을 잘 할 수 있었는가?”하고 묻자
“경험을 통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경험은 어떻게 했는가?”라고 묻자
“잘못된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배웁니다.
실수나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시도를 통해서 배웁니다.
시도는 어떤 때는 성공하고 어떤 때는 실패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습니다.

해 놓은 일이 없어서 실패 경험도 없는 사람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않는 사람

실패를 해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
실패를 해도 교훈을 찾지 않는 조직

이런 사람, 이런 조직이어서는 안되겠지요?

미국 3M社의 “포스트 잇”은 실패로부터 건져올린 산물이며
이번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씨의 연구결과도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 말고 시도하고 도전하십시오.
다만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는 마십시오.

좋은 회사, 위대한 회사는
“실패”라 쓰고 “경험”이라 읽는다고 합니다.

 

/박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