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타인
산책길, 유난스러운 새들의 소리에
벤치에 않아 나무를 올려다봤습니다.
아직 무성한 나뭇잎은 새들의 모습은 숨겼지만
나뭇잎의 흔들림으로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십 마리쯤 되어 보이는 새가 동시에 지저귀는 소리는
마치 여학생들의 재잘거림이거나
어느 모임에 모인 소리들 같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다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소리가 멈추었다가
다시 재잘거립니다.
신기하 것은 그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모임에 모인 수십 명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하나같이 말하고 싶은 게 저리 많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약속처럼 이야기가 뚝 끊기고
잠시 흐르는 침묵엔 약간의 어색함이 배어있었습니다.
한 목소리를 내도 우리의 내면은 어쩌면 타인들,
서로 낯설어하는 건 새나 사람이나 같은 것 같습니다.
다만 무리지어 그 어색함을 지우려고 동시에 무엇인가를 쉴 새 없이
뱉어내야 하는 것이지요.
친하다는 건, 여러 사람들과의 동시다발적인 친목보다는
적은 모임이지만
얼마나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느냐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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