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특별 희년] (1) ' 자비의 특별 희년' 총론
‘자비의 문’ 활짝, 희년살이 기쁘고 활기차게
- 성 베드로 대성당 관리인들이 2000년 대희년 폐막식 후 희년 성문을 폐쇄하고 그 앞에 쌓아두었던 벽돌을 치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이 성문을 여는 예식을 거행하면서 자비의 특별 희년이 시작됐음을 온누리에 알린다. 지역 교회의 모든 교구도 대림 제3주일(13일)에 자비의 문을 열고 ‘은총의 때’가 왔음을 선포한다. [바티칸=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특별 희년이 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인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시작된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열어 ‘은총의 때’가 왔음을 알린다. 8일은 교회가 역사 안에서 새로운 길을 걷도록 이끈 제2차 바티칸 공회의가 막을 내린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라 더욱 뜻깊다.
한국 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교회도 대림 3주일인 13일 로마 주교좌성당인 성 요한 라테라노대성당 성문이 열리는 것에 맞춰 교구 주교좌성당과 순례지 성당에서 자비의 문을 열고 희년살이에 들어간다.
왜 자비의 희년을 선포했나
교황이 ‘특별히’ 자비의 희년을 선포한 취지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기쁘고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데 있다. 지난 9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 그 취지가 더 분명하게 담겨 있다.
“이 희년에 신자들이 온유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거의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계심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어 그들의 신앙이 깊어져 더욱 효과적으로 신앙을 증언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교황은 왜 취임 초부터 줄곧 하느님 자비의 중요성과 실천을 역설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사랑의 하느님이나 정의의 하느님은 친숙하지만, 자비의 하느님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교황은 하느님의 여러 속성 가운데 ‘자비하심’을 자신의 직무의 정중앙으로 끌고 왔다.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통찰을 빌려 “하느님의 고유한 본질은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고, 자비 안에서 하느님의 전능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당신 백성에게 자비하고, 너그럽고, 분노에 더딘 분이 하느님(탈출 34,6)이고,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즉 심판하고 벌하기에 앞서 연민과 자비로 우리를 끝까지 용서해주시고, 특별히 힘없는 사람들에게 기쁘게 자비를 선포하시는 분이 하느님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어깨에 둘러메고 돌아오는 목자와 가산을 탕진하고 돌아오는 방탕한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하느님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황은 이어 “교회 생활의 토대는 바로 그러한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 자비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거의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기에 그리스도인이 먼저 그것을 체험하고, 체험한 것을 서로 증언하고, 세상에 나가 실천하자는 게 교황의 사목활동 중심 노선이다. 교황은 실제로 낮은 자세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적으로 찾아다니며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하느님 자비의 재발견’이라고 할만하다.
희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교황이 칙서 「자비의 얼굴」을 통해 제안했듯이 개인적, 교회 내적, 교회 외적, 이렇게 3가지 차원에서 희년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개인적 차원의 준비는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이다. 교황은 지난 3월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는 미사에서 “(교회가 자비의 증인이 되려면) 영적 회개에서 시작되는 여정으로 나서야 한다”며 먼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깨달을 것을 권장했다. 사순 제4주간 금ㆍ토요일로 정한 ‘주님을 위한 24시간’도 영적 회개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또 순례와 전대사가 있다. 교황은 로마나 각 지역 교회에 있는 자비의 문(희년 성문)을 통과하면서 하느님 자비와 은총을 체험하라고 말한다. 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푸시는 자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희년의 궁극적 목적이기에, 선교와 자선활동 등 실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회 내적으로는 쇄신을 통한 자비의 실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희년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선 활동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 교회가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되라는 것인데, 그러려면 먼저 교회 구조와 활동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내적 쇄신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될 수 있다.
교회 외적으로는 교회와 신자들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 자비의 표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 양극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관료 사회의 부패 구조, 환경 파괴, 남북한 긴장 등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느님 자비를 증거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교회의 시선은 늘 사회 약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 교황은 지난해 한국 방문 중에 교회는 사회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희망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통적 자선 활동을 넘어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 인해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자비를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자비의 희년은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다.
자비의 희년 모토와 로고
모토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Misericordes sicut Pater)는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복음 말씀을 줄인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이르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자비의 본보기를 따르라는 초대이다.
로고는 착한 목자가 당신의 크신 자비를 드러내며 인류(아담)를 어깨에 짊어진 형상이다. 목자의 눈과 아담의 눈이 겹쳐져 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아담의 눈으로 세상을 보듯이, 아담도 자비 가득한 그리스도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초대교회 성상에서 많이 나타나는 형상이다. 밖으로 향할수록 색이 밝아지는 세 개의 타원형은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해주시는 그리스도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교황청 주요 행사 일정
[평화신문, 2015년 12월 6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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