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학살추모관 찾아 "이런 비극 다시 없어야"…
"아르메니아·터키 화해 길 가기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아르메니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틀째 아르메니아인 '인종학살'을 위로하고,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서로 화해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아르메니아정교회 총대주교 카레킨2세 및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 등과 함께 수도 예레반에 있는 아르메니아인종학살추모관(Tsitsernakaberd, Armenian Genocide memorial complex 이하 인종학살추모관)을 찾아 헌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25일 아르메니아 규므리에서 미사를 집전한 후 아르메니아정교회
총대주교 카레킨2세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종학살추모관은 1915∼1917년에 오스만왕조에 의해 대거 희생된 아르메니아인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교황은 방명록에 "나는 마음에 아픔을 느끼며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인류가 선으로 악을 극복하는 것을 잊지 않고 알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썼다.
교황은 또 "하느님께서 아르메니아인의 기억을 지키소서. 기억은 희석되거나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기억은 평화와 미래의 원천입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1920년대에 교황청이 보호한 아르메니아 고아들의 후손들을 만났다.
이어 교황은 아르메니아 가톨릭교회의 중심 도시인 규므리에 있는 바르타난스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개인과 마찬가지로 민족도 기억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있는 인종학살추모관(Tsitsernakaberd)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방문 첫날부터 교황은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인종학살'(Genocide)로 규정했다.
아르메니아 방문 직전까지 교황이 '가해자' 터키를 의식해 인종학살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터키는 아르메니아인이 대량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르메니아인만 겨냥한 조직적 인종학살이 자행된 것은 사실이 아니며 희생자수도 150만명이 아니라 30만명이라고 반박한다.
교황은 작년 4월 아르메니아 참사 100주년 기념 미사에서 '20세기의 첫 인종학살'을 언급했다.
당시 터키는 항의의 표시로 바티칸 주재 자국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만약 교황이 이번 방문에서 또 다시 인종학살을 거론하면 터키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우려에도 방문 첫날 명확하게 인종학살을 언급한 데 이어 이튿날 이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황은 사랑으로 화해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예레반의 공화국광장에서 교회연합 기도를 인도한 교황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미래에 복을 내리시어,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다시 화해의 길에 오르게 해주시기를 소망한다"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에도 평화가 솟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와 이슬람계 아제르바이잔 사이 분쟁지역이다.
터키는 이날까지 교황의 아르메니아 방문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26 04:51 송고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6/25/0200000000AKR20160625062851108.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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