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족
작품명이 성가족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서 당나귀 등 위에 앉아 있고,
요셉 성인은 고삐를 움켜쥐고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었습니다.
흡사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나 하는 듯,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안은 채로 몸을 뒤로 돌려 웅크리고 앉았고,
요셉 성인도 고개를 숙이고 힘겹게 한 발을 떼고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당나귀 등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성모님의 모습도 애처로웠지만,
제가 보기에는 고삐를 쥐고 앞장선 요셉 성인의 모습이 더 짠해 보였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힘겨운 세파를 물리치며 묵묵히 나아가는 한 가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제 나이 때 벌써 홀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5남매를 거느린 가장이었습니다.
해 질 녘 밭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마당을 바라보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아버지 모습에 요셉 성인의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그렇게 사셨구나, 어린 목숨을 거두기 위해, 쓰디쓴 인생을 삼키며
애면글면 생명을 키워내 하느님께 바치셨구나.
가족 하면 흔히 정겨움이라는 단어가 연결 되었는데,
그때 처음 가족에 숭고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갓 태어난 한 생명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모습은
가슴 벅찬 감명을 주었습니다.
진정한 가족이란 이런 모습이구나 하고 작품 속의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제게 말없는 가르침을 던져주었습니다.
-고진석 신부(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출처 : 카페 ‘내가 네 힘이 되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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