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고마워요/ 홍수희

뚜르(Tours) 2018. 8. 13. 08:18

 


고마워요/ 홍수희


 

조금만, 조금만 더 찬찬히

생각해보면

세상 고맙지 않은 일 없네

내게 잘 해준 사람이거나

내게 못 해준 사람이거나

내 맘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겨준 사람이거나

다 저마다의 손가락으로

내 마음이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네

내 마음이 앉아야 할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네

당장은 서운하고 언짢은 일로

보이더라도

지나고 보면

삶이 모두 스승이었네

나 하나 잘되라고

때로는 채찍도 서슴지 않는

고마운 스승이었네

비바람 치던 어느 봄날

그 화려한 꽃비 속에서

밟힐 듯 아슬아슬

노랗게 작은 미소를 짓던

발아래 납작한 민들레 한 송이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게는 고마운 스승이었네



출처 : 카페 '사랑의 향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