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뜨는 것과 나는 것은 다르다

뚜르(Tours) 2018. 12. 18. 08:06

 

 

“뜨는 것과 나는 것은 다르다.”
                               ―‘젊음의 탄생’(이어령 지음·생각의 나무·2008년)

‘젊음의 탄생’에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뜨는 것과 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뜬다는 것은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
억누르던 중력에서 풀려나 갑자기 가벼워지는 것,
그래서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 여행을 시작할 때, 뜬다는 것은 바로 이륙의 순간을 말한다.
비행기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고 동체가 하늘로 떠오르는 이 이륙의 5분이야말로 비행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그만큼 치명적이고도 중요한 때다.

성공적으로 날기 위해서는 제대로 뜨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기든 물 위든 ‘뜨는 것’의 힘은 밖에서부터 온다.
밖에서 오는 힘만을 이용해서 떠다니는 구름이나 풍선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라진다.
물에 뜬 거품과 부평초는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표류하다가 꺼져버린다.

하지만 ‘나는 것’은 다르다.
‘나는 것’은 자신의 힘과 의지에 의해서 움직인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돛을 올리고 날개를 편다.
독수리의 날개는 폭풍이 불어도 태양을 향해 꼿꼿이 날아오르고,
잉어의 강한 지느러미는 거센 물살과 폭포수를 거슬러 용문(龍門)에 오른다.
죽은 고기만이 물 위에 떠서 아래로 떠내려간다.


라이트 형제의 최초로 하늘을 난 비행기 이름이 ‘플라이어(Flyer)호’였다는 것을 눈여겨보라.
플라이어(Flyer)는 ‘날다(fly)’라는 동사에 ‘-er’를 붙인 것으로 이 이름은 이전에 있던 ‘글라이더(glider)’와 차별화됐다.
글라이더는 나는 것이 아니라 뜨는 것이다.

둘의 차이점은 크다.
그냥 떠다니는 글라이더가 아니라 자신의 추진력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는 것이 플라이어다.
그렇기에 오빌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겨우 12초 동안의 비행이었다.
그것도 불안정한 파상 운동에 마음을 졸였고 공중을 기는 것처럼 난 비행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동력 비행이었지 활공이 아니었다.”

느껴 보라.
뜨는 것과 나는 것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다.
요즘 논문 표절 시비와 허위 경력 같은 사회적 문제가 많이 부각되고 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밖에서 부는 바람에 ‘뜨려고’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원하는 방향으로 ‘나는 힘’은 오랜 숙련을 거친 깊은 내공에서 나온다.



 -  서진영 / 자의누리 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