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그 '황량한 들판’에 서서

뚜르(Tours) 2018. 12. 27. 06:45

 

 

처음 몽골의 대지에 두 발을 딛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던 그 막막한 풍경. 나를 꼼짝할 수 없이 가두고 있는 사방의  지평선은 단지 황량한 들판이라고 말해 버릴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무릎 닿는 풀 한 포기 없고 

그늘이 되어  줄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으며, 마른 목을 적실 물 한 모금 찾기 어려운 그곳. 방향을 가르쳐 줄

만한  표식은 물론이요, 불러 볼 사람 하나 없이 영하 50도의 추위와 맹렬한 더위만이 자리를 바꿔가며 인간의

방문을  한사코 거부하는 땅 

그곳에는 고독한 영혼을 위무할 꽃들의 향기도, 수고로운 생애를 맡길 숲의 그늘도, 대지에 심어 놓고 생명의  

육성을 노래하며 수확을 기다릴 씨앗도 없었다. 

 

몽골의 대평원에 섰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육체적 긴장에 사로잡힌다. 그 벌판을 대하는  

순간, 그 동안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생존 방법이 단 하나도 먹혀 들것 같지 않은 어떤 한계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정착문명 속에서 누려온 생존의 방법이 그 황량한 곳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랬을 때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가?

그곳에서 역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식물의 고향은 흙 속이지만

동물의 고향은 바람 속이다

식물적인 사회는 정착해서 자라지만

동물적인 사회는 이동하면서 성장한다

외로운 인간아

영혼은 머무는 것인가 떠나는 것인가

 

 

- 김종래 지음 <유목민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