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한 권

뚜르(Tours) 2018. 12. 25. 06:47

 

복수초 노란 얼굴은
어느 행간을 지나갈까
신발 신은 물음표는 좀처럼 읽히지 않아
느낌으로 읽는 고드름이



어제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데
튼 볼을 감싸 쥐던 엄마는 눈물의 페이지에 묻힌다

내일은 슬픈 이름만 남기고 갈 테야
지레 놀란 잔기침이
토끼발 노루발 수시로 발자국을 바꾸고
겨울은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바람은 몇 겹 목도리를 둘렀을까
가슴 아픈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동사한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눈밭을 헤매는 콩 한 쪽,
각주로 얹힌 둥지는 새끼들만 집을 지키는
복간된 혹한

눈길이 꽈당 넘어져도
시린 글자들이 이에 달라붙어 재빨리 넘어가는 책장들
보폭이 재빨리 목차를 넘긴다

삼한사온이 생략된다


- 최연수, 시 '한 권'


지금은 사계절 중 '겨울이라는 한 권'입니다.
한파는 없어 걱정은 덜 하지만, 미세먼지가 걱정이네요.
매년 복간되는 한 권. 추위에 언 손발을 동동거리는 페이지는 생략되기를 바라는 한 권.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무사한 연말이기를 바랍니다.

 

<사색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