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얼굴이 서로를 비추는 관계라면
표정은 누구를 밝히고 있었을까
파도를 잠재워 먼 바다를 얻고 싶었던
할아버지, 지엄을 먼발치서 따른 아버지는
불안한 파고를 밝힌 낯선 불빛이었다
습관처럼 기분을 뒤엎는 곁에서 말없이
감정의 파편을 줍는 어머니는 보일 듯 말듯 속을 내비쳤다
파도 없는 그늘로 모여든 형제는 서로를 비추었지만
노을 한 권을 품고 살그머니 오솔길로 향하는 어머니를 보며
풀리지 않는 수학 공식 같은 의문의 족보를 일기장에 적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뒤늦게야 눈에 띈 나는
내 안의 좁은 바다를 비추는 불빛이었다
얼굴의 점 같은 애증을 빼버리면
말쑥한 마음을 내비칠 수 있을까,
방파제 너머를 살피듯 불안한 안색들을 훑었다
어느덧 바다는 늙고
바람이 나무에게 흰색 미사포를 씌워주는 저녁
생각해보면 애증은,
주름진 혈연 언저리를 맴도는 작은 빛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 최연수, 시 '등대의 내력'
그리 미울 것도 없고, 미련을 둘 이유도 없이
마음이 녹으면 서로 풀리는 것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내가 훨씬 행복하고 편함을 알아갑니다.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며 돌이켜보니,
애증은 사랑의 다름 이름이었습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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