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내 인생의 하프 타임을 갖자

뚜르(Tours) 2019. 1. 1. 07:10

 

 

자, 여기 한 사건이 있다.
눈 여겨 보자.
대구의 한 시장에서 걸인과 상인 간에 시비가 붙었다.
시비 끝에 걸인이 상인을 흉기로 찔렀다.
상인은 병원으로 실려갔고 걸인은 경찰서로 끌려갔다.
걸인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걸인의 행색이 아무래도 수상해 몸을 수색하던 경찰은 기겁을 했다.
심한 악취와 함께 몸 곳곳에서 만 원짜리 백 장 묶음 다발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모두 1,640만 원이나 되었다.


처음에 경찰은 훔친 돈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니 백 장 단위로 묶인 돈다발의 겉이 거의 해져 있었다.
끈으로 묶은 부분은 하도 오랫동안 묶여 있어 찢어질 정도였다.
‘훔친 돈’이 아니라 오랜 기간 모아 ‘묵힌 돈’이었다.


이 걸인은 매일 “한 푼 줍쇼”를 읊조리며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이나 행인들에게 구걸을 했다.
한 푼 두 푼 동전을 모아두었다가 그것을 은행에 가서 만 원짜리 지폐로만 환전해 몸에 지니기 시작했다.
오직 모으기만 했다.
안 사고 안 먹고 안 썼다.
그렇게 해서 10만 원, 100만 원, 500만 원, 천만 원으로 불려갔다.
믿기지 않은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그 걸인은 주민등록증이 없었기 때문에 은행에 통장을 개설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돈이 모이면 몸에 지닐 수밖에 없었다.
몸에 지니다 보니 돈을 분실하는 경우가 생겼고 실제로 돈을 강탈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시장과 부산 역전에서 각각 160만여 원과 200만여 원을 분실 혹은 강탈당했다.


그 후 이 걸인은 몸에 돈과 함께 칼과 둔기를 지니고 다니기 시작했다.
돈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경찰서로 끌려오기 직전에 시장에서 상인과 시비가 붙었던 것도 바로  

그 상인이 자신의 돈을 빼앗으려 한다고 순간 오인했기 때문이었다.
걸인은 돈을 지켜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걸인은 애초에 돈을 모아서 포장마차라도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돈이 모아지자 돈을 모으는 일에 빠져들고 말았다.
오직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모은 돈을 지키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었다.


사실 우리도 그 걸인과 다를 바 없다.
걸인이 안 쓰고 안 입고 안 먹으며 돈을 모은 것처럼 우리도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악착같이 쉬지 않고 뛴 것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 성공의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왜 그토록 열심히 돈을 모으고 성공을 향해 뛰고 있는지를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저 돈을 모으기 위해 살고, 성공을 향해 가기 위해 뛰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목표는 있지만 목적은 잊어버렸다.
성공과 성취는 알지만 의미는 상실해 버렸다.


이제 우리에겐 진정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목표를 향해 가는 목적을 되새겨 보고, 성공과 성취에 따르는 의미를 진지하게 되씹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하프 타임이다.
성공과 성취만을 추구했던 삶의 전반전을 정리하고 목적과 의미를 되찾아가는 후반전을 대비한  

내 인생의 하프 타임을 갖자.
자! 지금이야말로 하프타임의 휘슬을 불 때다.
모두 힘껏 불자! 휘익~~  

 


 - 정진홍 지음 <감성 바이러스를 퍼뜨려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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