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광야 - 이육사

뚜르(Tours) 2023. 7. 16. 09:16

일러스트=권신아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募)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시집(陸史詩集), 서울출판사,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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