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속 빈 것들 / 공광규

뚜르(Tours) 2023. 7. 14. 09:17

 

 

속 빈 것들  / 공광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들은 다 속이 비어 있다

줄기에서 슬픈 숨소리가 흘러나와

피리를 만들어 불게 되었다는 갈대도 그렇고

시골집 뒤란에 총총히 서 있는 대나무도 그렇고

가수 김태곤이 힐링 프로그램에 들고 나와 켜는 해금과 대금도 그렇고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회의 마치고 나오다가 정동 길거리에서 산 오카리나도 그렇고

나도 속 빈 놈이 되어야겠다

속 빈 것들과 놀아야겠다

- 공광규,『담장을 허물다』(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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