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 홍사윤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의 속삭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감싸 안고
동구 밖 고개 너머로
갈바람이 불어온다
한여름 그늘 속에
숨죽여 지내던 장승도
바람결에 얼굴을 내밀며
발 벗고 가을 마중을 나선다
더위에 고개 숙인
들판의 허수아비
모자를 벗어들고
불어오는 갈바람을 맞으며
새들과 가을 이야기를 속삭인다
가을이 다가온다
계절의 변화는 기다림의 시간
긴 기다림에 가을의 설렘을 안고
귀뚜라미 울음소리 달래며
갈바람이 불어온다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야 말복이네 /김덕성 (0) | 2023.08.10 |
---|---|
잘못 살았다고 생각한다 /김상혁 (0) | 2023.08.09 |
꽃 피는 튀밥집 /복효근 (0) | 2023.08.07 |
낙화 - 이형기 (0) | 2023.08.06 |
아줌마, 아내 / 복효근 (0) | 2023.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