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구겨진 신발

뚜르(Tours) 2023. 10. 17. 08:22

 

저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12살인 찬호(가명)는 또래에 비해서
어른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우연히 찬호를 만났는데
제 눈에 신발을 꾸겨 신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는 어린아이구나 싶고,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싶어서
주의를 주기로 했습니다.

 

“찬호야, 신발을 예쁘게 신어야지,
그렇게 꾸겨 신으면 금방 망가지는 거야.
앞으로 꼭 바르게 신고 다녀야 한다.”

 

“네, 선생님…”

 

다음날,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찬호가 여전히 신발을 꾸겨 신은 채 들어와서
이번에는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찬호에게 말했습니다.

 

“어제 선생님이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왜 이렇게 신발을 또 구겨 신지?
바르게 신어야지!”

 

그런데 생각지 못하게 고개를 푹 숙인
찬호가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 신발이 작아서 구겨서라도 신지 않으면
신을 수가 없어요.”

 

순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은 청각장애가 있고
다섯 명의 식구가 생활하기도 벅찬
어려운 가정 형편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찬호에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한 마음에
꼭 껴안아 주며 말했습니다.

 

“찬호야, 선생님이 너무 미안해.”

저는 그날 신발이 꽉 끼어 아팠을 찬호에게
신발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따뜻한 하루는 오래전부터 찬호네 가정에
매월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래보다 왜소한 찬호지만, 건강하게 자라도록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은 찾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당신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 로레타 영 –

 

<따뜻한 하루>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매뉴얼  (0) 2023.10.19
오늘이라는 기회  (0) 2023.10.18
내 인생의 산봉우리  (0) 2023.10.16
세 명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0) 2023.10.15
뽕나무밭과 푸른 바다  (0) 20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