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차성우
봄비 그치니
꽃잎이
다 젖었네.
두견이
밤새 울어
꽃잎 다 물들었네.
잠을 푹 자고 일어난 연휴 첫날의 아침.
밤새 비가 내리고
지금도 비가 내리고
모레도 비가 내리고
글피도 비가 내린다네요.
내 집 거실 창밖에도 비가 내리고
예전 내가 살던 곳에도 비가 내리고
정답게 이야기하며 걷던 곳에도 비가 내리고
부모님 모신 산소에도 비가 내리고
열흘 전 잔디 입힌 조상님 묘에도 비가 내리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비가 내리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싸웠던 누이들에게도 잘해주고 싶고
엄마에게 재롱도 떨어주고 싶고
사랑하는 이를 안아주고 싶고
늘 비가 내리면 좋겠다 싶고
이 푸근함과 행복함 속에 오래 머물고 싶고
그랬는데...
2025. 5. 3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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