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한국인 재즈가수 나윤선, 뉴욕을 감동시키다

뚜르(Tours) 2007. 6. 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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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 꿈의 무대 ‘재즈 앳 링컨센터’서 첫 공연


“관객을 꿈꾸게 하는 음악”
800여 관객들 기립박수 환호
유엔주재 대사 20명도 관람

뉴욕=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
입력 : 2007.06.28 02:50 조선일보
 

“침묵을 통해서도 감동을 전달하는 동양적 미학이 가득하다. 나를 꿈꾸게 하는 음악이었다.”(마르첼로 스파타포라(Spatafora) 주UN 이탈리아대사) “한국 가수가 미국의 음악 재즈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힘찬 목소리가 너무 좋다.”(비탈리 처킨(Churkin) 러시아대사)


변방의 음악, 한국 재즈가 뉴욕의 최정상급 무대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며 현지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주인공은 바로 신비한 음색, 실험적 창법으로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는 가수 나윤선(38).


그는 26일 오후 8시(현지 시각) 뉴욕 ‘재즈 앳 링컨센터(Jazz at Lincoln Center)’ 로즈 시어터에서 펼친 첫 미국 공연에서 객석을 거의 메운 800여 관객으로부터 기립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거장 윈튼 마살리스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재즈 앳 링컨센터는 각종 유명 클럽이 밀집한 세계 재즈의 메카 뉴욕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꿈의 무대’. 이날 나윤선의 공연장에는 대중음악 콘서트로는 드물게 중국, 러시아, 일본, 이탈리아 등 UN 주재 20여개국 대사가 관람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획사가 대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낼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이 참석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몇몇 대사들은 ‘나윤선’의 이름만 듣고, 나머지는 얼마 전 ‘르 몽드’에 리뷰 기사를 보고 흔쾌히 참석,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결코 다가서기 쉬운 노래는 아니었다. 나윤선은 ‘슬리피(Sleepy)’ ‘세일러송(Sailor song)’ 등 실험적인 구성의 곡들을 잘근잘근 씹고, 읊조리다가 풍성하게 뱉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불러냈다. 미국 최고의 재즈 전문 음반사 블루 노트의 리오 나츠메(Natsume) 프로듀서는 “저런 가수는 미국에서 본 적이 없다. 자신만의 특화된 스타일을 감성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세노야’ ‘초우’ 등 한국 가요 두 곡을 불렀을 때는 교포들이 환호했고, 앙코르곡 ‘베사메무초’에서는 미국인과 교포들이 함께 일어서 기립 박수를 보냈다.


타임워너사에서 일하는 스코트 커(Kerr)씨는 “미국 재즈계가 찾는 새로운 음악을 그녀가 들고 온 것 같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음악이었다”고 했고, 컬럼비아대 교수 아리스티데스 팔콘(Falcon)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에 접근하는 그녀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교포들은 막이 내린 뒤에도 한동안 나윤선의 사인을 받느라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임은재(55·주부)씨는 “한국의 재즈 가수가 이런 무대에 선 것도 놀라운데, 잠시도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멋진 공연을 보여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