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생의 치유기도

[스크랩] 내면 상처의 치유

뚜르(Tours) 2007. 7. 18. 12:42

2003/04/15 16:06:21

 

78년, 미국 루이빌 의과대학 병원에 23세의 청년 환자가 급성 위염으로 입원했다. 그는 위장의 삼분의 일을 절단하고 회복된 후 퇴원했다. 그런데 8개월 후 그 청년은 똑같은 병으로 다시 입원했고, 나머지 위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그 후 7개월, 청년은 세 번째 같은 병으로 입원했는데,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에 대해 병원 당국은 또 다른 전문가들과 토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사들과 병원 원목, 그리고 사회사업가들이 모여 한 시간이 넘는 토의 끝에 나온 결론은 병원 목사님들이 이 청년의 병을 치유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네 명의 병원 목사님들에게 넘겨졌고, 그 병이 일어나게 된 심층적인 원인에 대해 상담이 진행되었다.

그 청년은 여섯 살 때 이혼한 부모에 의해 버려졌고 알콜과 마약 중독자인 양부모 밑에서 열한 살까지 자랐다. 그는 양부모의 학대를 받으며 가출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험한 삶을 살아왔다. 병원 목사님과의 상담이 깊어지면서 이 청년의 무의식 속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강한 분노가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이 드러났다. 부모에 대한 강한 분노는 그 청년의 위액 중에 과다한 염산과 펩신을 끊임없이 분비하게 했고 결국엔 위장을 파열시켜 반복적으로 위장을 절단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목사님들과 열흘 동안의 깊이 있는 상담을 끝낸 후 끌어낸 결론은 그의 부모를 찾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치료에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서로가 만나 부모의 처지로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나누고 그 동안 얼마나 아픈 마음으로 살아왔는가를 이해하면 치유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에서였다. 어머니 계신 곳을 수소문하여 아들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자식을 버린 후, 헤어진 후 십 칠 년만의 이산가족 상봉이었다. 미이라처럼 깡마르고 분노에 차 무표정하게 천장만 응시하는 아들, 이를 껴안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통곡하며 용서를 비는 어머니. 이 같이 어색한 만남의 장면은 삼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목석처럼 누워있던 아들에게서 천정을 찌를 듯한 통곡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온 세상을 삼킬 듯한, 뭔가 터져버릴 듯한 젊은 한 청년의 자신을 삼켜버린 지난 세월에 대한 한 맺힌 절규 같은 통곡이. 여기서부터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화해와 사랑의 대화가 시작되었고, 그런 모자의 눈물의 대화는 열흘이 지나도 그칠 줄 몰랐다.

그가 어머니를 이해하며 사랑의 나눔이 계속되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식욕이 일기 시작했다. 그의 위장에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세포가 그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는 나머지 위장의 절단 수술 없이 자연 회복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 청년은 아직도 부모의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의 버림은 아이의 마음 속 깊이에 상처로 자리를 잡는다. 이 마음은 어릴수록 깊이 자리 잡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 상처는 강도를 더해간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거부를 당하면 성장해서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대인 기피증으로 발전한다. 그의 마음속엔 모든 사람이 자기를 버리고 떠날 것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강한 욕망과 다른 사람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뜨거운 욕구를 느끼지만 어떤 사람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의 행동, 성격, 태도, 얼굴, 인상. 이 모든 것들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가깝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런 사람은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된 후에도 그의 성격이나 행동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와 같은 행동을 한다. 외모는 어른인데 마음속에서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아이가 그의 행동 성격을 지배하고 있다.

그에게는 마음속의 움츠린 아이 -우울한 아이- 슬픈 아이가 들어있다. 자기를 떠난 후 부모가 얼마나 마음 아프게 살아왔는가를 들으면서, 자기를 버렸던 피치 못할 사정을 들으면서 부모를 용서할 때만 그 아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살아 왔는가를 부모에게 들려주고 자신을 품에 안아주는 부모를 체험할 때만 그 움츠린 아이는 밖으로 뛰쳐나올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루이빌 의과대학 병원에 입원했던 청년이 어머니를 만나 어머니의 사랑을 경험하고 자신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이 아니라는 확신을 하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 여섯 살 된 우울한 아이, 분노로 울던 아이는 일어섰고 뛰었고 웃었다. 이제서야 그는 스물세 살 청년의 삶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일년에 걸친 굴곡이 있었다 하더라도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그 청년은 다행히도 살아계신 어머니를 만나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부모가 세상을 떴다면 어떻게 해결을 할 수 있느냐고. 내면 상처의 치유에서는 부모가 살아있든 세상을 떠나고 없든 큰 문제가 안 된다. 상상 가운데서 부모를 초대해 마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어도 치유의 효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뜬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치유 그룹에서 부모님을 상상으로 깊이 만나 대화하기 시작했다. 수개월에 걸친 부모님과의 상상대화는 나로 하여금 전혀 새로운 부모님 사랑을 경험하게 했다. 부모님께 쌓였던 응어리들이 이해와 사랑으로 바뀌는 경험이었다.♥
**정태기/한신대 교수

출처 : 달맞이꽃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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