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온갖 사물을 드러내고 가시적인 내용을 밝혀준다면,
밤은 온갖 가시적인 것을 삼키고
우리들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고독으로 모는가 하면 심리적이고
영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죽음을 예감케 하는 힘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밤은 또 고요 속에 부드러운
빛(달빛 별빛 가로등불빛)을
느끼게 해주는 포근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밤의 정적 속에 날카롭고 거친 것은 잠들고,
낮의 번잡함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영혼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어둠 속에 빛나는 영혼은 하느님 안의
고요와 평안 속에 쉼을 얻는다.
밤은 어둡고 무서운 시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꿈꾸는 시간이며 하느님의 계시가 주어지는 시간이다.
하느님의 안식을 느끼는 포근한 시간이다.
주님,
말로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오늘 하루 당신과 이웃에게 인색하게 살았습니다.
부드럽게 살지 못했습니다.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이 밤에 당신의 자비를 느끼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포근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당신의 고요한 품에 안기어 편히 쉬게 하여 주십시오.
당신은 말씀하셨지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고.
하루의 일로 피곤한 이 몸,
이 밤의 휴식으로 새 힘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