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그림

피카소는 결코 어릿광대가 아니었다

뚜르(Tours) 2008. 5. 11. 23:28

피카소는 결코 어릿광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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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blo Picasso


   예술이 더 이상 진정한 예술가들의 자양분이 될 수 없었던 때부터,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자신들의 환상이 만들어 내는 온갖 변화와 기분을 위해 사용했다. 지적 야바위꾼들에게는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니까.

   대중들은 예술 속에서 더 이상 위안도, 즐거움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세련된 사람들, 부자들, 무위도식자, 인기를 쫓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독창성,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내게 떠오른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그들이 나의 익살과 기지에 경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들은 점점 더 나의 익살과 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오늘날 명성뿐 만아니라 부(富)도 회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면 나는 나 스스로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위대한 화가는 조토와 티치안, 렘브란트와 고야 같은 화가들이다.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의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

<조반니 파피니著, Libro Nero 中 ‘피카소의 예술적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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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에프라임 키손, 마음산책


   피카소는 결코 어릿광대가 아니었다. 그는 혼란스런 20세기를 신랄하게 비꼰 시대의 해설가이자 인간적인 어리석음을 수집한 위대한 기록가였다. 그는 실제로 서커스의 광대들을 사랑했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 삶 전체가 커다란 서커스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청색시대’의 서커스 그림들은 실제로 거장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피카소는 결코 야바위꾼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원하기만 했다면 그는 조토나 티치안과 같은 대가처럼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는 하나의 위대한 원칙을 이해하기 전까지만 그러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을 따름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 공예가적 능력을 더 이상 평가하지 않으며, 파격적인 것이나 억지로 꾸며 맞춘 이상한 것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또 그것을 통해 자신이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있다는 위대한 원칙을 깨닫고 나서는 전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던 것이다.

   유언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다. 그가 그것을 부인했건 그렇지 않았건 우리는 더 이상 진실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대가는 자신의 비밀을 무덤으로 함께 가져가 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비평가라는 전문 집단에 대한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였을 것이다. 이 영리하기 이를 데 없는 스페인 사람은 삶의 에너지로 충만한 매혹적이고 당당한 인물이었다. 그는 거의 백세 가까운 나이에 죽었다. 추측컨대 그의 사인은 발작적인 웃음이 아니었던가 한다.

<에프라임 키손著,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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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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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 couche,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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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with a Crow,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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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obat on a Ball,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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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of Saltimbanques,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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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oilette,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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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vers,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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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as Harlequin,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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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1972


    활화산처럼 넘쳐나는 'Id'를 예술의 한 장르, 그림으로 치환하여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그야말로 energetic하게 그려낸 분. 나는 피카소란 화가를 그렇게 이해한다. 그런 만큼, 그의 그림 중 걸작이라 할 만한 작품에는 거의 항상 여인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고 그런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해냈으니 內面과 外延이 일치한 피카소는 드물게 행복했던 사람. 나의 취향이다.

   연대순으로 내 맘에 드는 그의 그림 몇 편을 올린다. 골라놓으니 우연치 않게 주로 그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피카소의 ‘예술적 유언’에 대한 眞僞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개한 그의 그림에는 특유의 과도한 자만심이 엿보이긴 하지만 거짓은 없다.


閑士


일시 블로그를 폐쇄하며 사라졌던 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