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us' Opinion

박경신 교수의 미국시민권 활용법[조선데스크]

뚜르(Tours) 2009. 6. 27. 18:19

 

[조선데스크] 박(朴) 교수의 미국시민권 활용법

 

올해 초 한 연예인의 인터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1997년 '가위'라는 노래로 주목받은 뒤 2000년대 초반까지 댄스음악 바람을 일으켰던 가수 유승준이었다. 금연 홍보, 마약 퇴치 활동에 앞장섰던 그의 이름 앞에는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시민권을 얻으면서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고, 2002년 2월 입국 거부 조치를 당하며 국내 활동을 접어야 했다. 국내 무대 복귀를 꿈꿨던 그는 한 월간지와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했다.

"저는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병역의 의무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어요…. 한국에는 저와 같은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외국 국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있고, 운동선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입국조차 할 수 없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조용히 시민권을 취득했고, 저는 군에 입대한다고 말했다가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젠 용서하자", "혼자만 그런 것도 아닌데 봐 주자"는 내용도 있었지만 거센 분노와 욕설이 담긴 글들이 주류를 이뤘다. 유승준은 아직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병역(兵役)'문제는 아주 민감하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일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하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장관이나 고위 공직자는 물론 연예인들의 병역문제도 항상 논쟁의 불씨가 되곤 했다. 가수 싸이의 경우 특례근무가 문제가 되는 바람에 현재 군 복무를 다시 하고 있다.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에서 한 위원의 '병역 기피'와 '국적(國籍)'문제가 논란이 됐다. 김우룡 미발위 위원장은 "헌정 사상 최초의 '국민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위원 때문에 '국제위원회'라는 성격이 됐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의 추천을 받은 미발위 위원인 박경신(38) 고려대 법대 교수를 두고 한 말이다. 미발위는 미디어 관련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월 만들어진 자문 기구다. 각 정당의 추천을 받은 20명의 위원이 있다. 박 교수는 창조한국당 추천을 받았다.

논란의 핵심은 박 교수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데 있다. 사실 고1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박 교수가 시민권을 받은 것 자체는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2001년 '퍼슨 웹'이라는 인터넷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군대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시민권을 땄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당시 인터뷰에서 "미국 시민권은 갖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특별히 가지려고 한 건 아닌데, 조국에 오려고 했더니 그게 없으면 군대 가야 한다네요. 상당히 아이러니하죠. 조국에 와서 일하려고 했더니 일하지 말고 군대 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땄습니다."

박 교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인터뷰 내용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오래전이라 기억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 '오래전' 인터뷰는 지금도 인터넷에서 전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 교수는 고려대 시국선언에도 참여했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광고 불매운동도 문제가 없다며 발벗고 나서서 감싸는 인물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피할 요량으로 '미국 시민권'을 딴 박 교수가 그렇게 걱정하는 '우리나라'는 대체 어느 나라인지 꼭 한번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