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보려고 그 안에 들어가면 보고자 한 숲은 아니 보이고 나무만 보인다고 한다.
겨울에 지리산을 등반했다는 사람에게 그 경치가 어떻냐고 물었더니,
본 것이라고는 바로 앞서 가는 사람의 눈 묻은 등산화뿐이라고 대답하더란 얘기도 있지만,
산을 보려면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그 산의 형태를 알 수가 있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너무 바짝 다가가서 보면 결점이 드러나 보여 매우 실망을 하게 된다.
그림을 감상할 때처럼 약간 거리를 두고 사귀는 것이 좋다.
대개 어렸을 때 제일 존경했던 사람은 학교 선생님이다.
교단 위에서 - 학생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선생님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분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변소에서 바로 그선생님을 뵙게 되어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고,
초등학교 1학년 때를 회상해서 쓴 어느 분의 글이 아닐지라도 우리들 누구나가 그 비슷한 경험은 다 가지고 있으리라.
일찍부터 이 원리를 잘 체득한 사람일수록 항상 자기 주변 사람들과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박연구 지음 <속담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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