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에 성모님에 대해 나오는 대목은 카나의 혼인잔치(2,1-12)와 사랑받는 제자와 함께 계신 성모님(19,25-27)이다. 19장 25-27절을 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 분이 네 어머니이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고 나온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성모님을 모신 건 제자들이었다. 공관복음인 마르코, 루카, 마태오복음에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 성모님이 나타나지 않는다. 마르코복음 15장 40-41절을 보면, "여자들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고 돼 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있을 때 그분을 따르며 시중을 들던 여자들이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활동할 때도 남성뿐 아니라 여성 제자도 함께 뒤를 따랐던 모양이다. 마태오복음에는 많은 여자들이 멀리서 십자가를 지켜본다. 루카복음에는 예수님의 모든 친지와 갈릴래아에서부터 따라온 여자들이 멀찍이 서서 모든 일을 지켜봤다. 성모님이 제자들과 함께 살게 된 것은 사도행전에서 명확히 언급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 이는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에게 어머니를 맡겼기 때문에 제자들이 성모님을 함께 모셨다는 것과 일치한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 어머니 '마리아'의 역할은 단순히 어머니로 그치지 않는다. 구약에서 인간의 최초 어머니였던 하와가 뱀의 유혹으로 죄에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뱀의 머리를 짓밟는 여인, 메시아를 낳을 여인의 역할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나중에 이 부분은 묵시록 12장에 용과 싸우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사랑받는 제자와 성모님 사이에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신학ㆍ영성적 의미의 어머니와 자녀 관계는 2차적이다. 1차적 뜻은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때문에 내가 어머니를 잘 모실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 나 대신 우리 어머니를 잘 보살펴 달라는 이야기다. 예수님은 부모에 대한 효도에 결코 무심하지 않았다. 일부 개신교 신학자들은 이와 관련해 예수님이 성모님을 무시했다고 하는데 예수님은 결코 그런 적이 없다.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죽은 다음 어머니를 보살펴 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요한복음 4장을 보면 예수님이 야곱의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그러면 너에게 목마르지 않을 물을 주겠다"고 하니, 여인은 "두레박도 없으면서 어떻게 물을 주겠냐"고 했다. 예수님은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고 했다. 이는 예수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많은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로만 알았을 뿐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요한복음 7장 5절을 보면, 예수님의 형제들은 그분을 믿지 않았다고 나온다. 제자들과 합류해 함께 기도하지만 예수님 생전에는 예수를 믿지 않았던 부류들이다. 형제들은 예수를 믿지 않는 부류로 나오지만 마리아는 믿지 않는 사람들의 부류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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