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우나를 좋아한다.
피곤하고 지쳤을 때, 골치 아픈 일들로 시달린 후에 하는 사우나는 끈적끈적한 피로를 시원하게 가셔준다.
더구나 한국은 목욕문화가 근래에 급격히 발전해서 건식, 습식, 쑥, 황토 흙 등 좋다는 것은 모두 가미한 사우나가 유행이다.
몸이 찌부등한 어떤 날 사우나를 찾았다.
기분 좋게 사우나를 하고 탈의실로 나와 머리를 말리는데 옆의 왠 청년이 로션을 온 몸에 바르고 있는 것이다.
로션은 모두가 같이 쓰는 것이고 얼굴과 손에 바르는 비싼 것이라 화장대 거울에 “몸에 바르지 마시오”라고 안내서가 크게 붙여있었다.
그런대도 그 청년은 아랑 곳 없이 바르고 있는 것이었다.
외모로는 준수하고 건장한 청년인데 이런 예의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 심히 견디기 힘들었다.
공연히 잘못 말했다가는 봉변 당하기 십상이라 주저했지만 잠시 기도하고 용기를 내서 몸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기로 결심했다.
일단 숨을 고른 후, 웃는 얼굴로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공손히 목례를 하고 말했다.
“실례합니다. 저…
이 로션은 몸에 바르지 못하게 되어 있는 데요…”
나의 말을 들은 청년은 난처한 듯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로션은 제가 가지고 온 것인데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냥 머리를 계속 숙이며
“제가 잘못 알고 그랬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그 청년은 웃음을 띠우며
“괜찮습니다.
제가 오해를 사게 행동을 했습니다”
고 대답했다.
아들뻘 되는 청년에게 큰 실수를 했으니 창피도 하고 속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강 대강 마무리하고 얼른 옷장으로 가서 옷을 막 꺼내 입으려 하는데 나의 옆 옷장을 여는 사람을 보니 바로 그 청년이다.
하필이면 왜 또 부딪힌단 말 인가.
다시 머리를 숙여 죄송했다고 몇 번 말한 후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탈의실을 나왔다.
이 사건을 생각 할 때 마다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지금도 느낀다.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쉽게 남을 판단하려는 나에게 귀한 경고의 말씀을 전해 주신 것 같다.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쉽게 판단하려고 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려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겉모양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공정하게 판단하라고” 말씀하신다.
로션을 몸에 바르는 문제도 잘못 판단하는데, 더구나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에 관한 것을 판단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대도 영적인 문제마저 자꾸 먼저 결론을 내리려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역시 모든 것이 겸손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주님같이 낮아져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길 때 우리는 올바를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김형회: 美 얼바인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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