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인심여면 (人心如面)

뚜르(Tours) 2011. 1. 15. 22:28

사람마다 얼굴이 각기 다르듯이 사람의 마음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사람의 외모를 보고 믿어 버리거나, 조그마한 일처리를 잠깐 살펴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여 중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더구나 친소에 의하여 사람을 등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좌전 양공(좌전 襄公>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鄭)나라의 재상 자피(子皮)는 젊은 윤하(尹何)를 자기가 다스리는 영지의 대부로 삼으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젊고 경험 또한 부족한 윤하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리라고 여겼다.
자피의 보좌관이었던 자산(子産) 또한 인사의 부적절함을 건의하였다.  그러나 자피는 자산에게 말했다.
‘윤하라는 사람은 성실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 하네.
그러하기 때문에 나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대부를 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배울 기회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말을 듣고도 보좌관이던 자산은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아끼는 심정은 잘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그를 해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칼질이 서투른 사람에게 고기를 썰게 해서 손가락을 다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여기에 아름답고 고운 천이 있다고 할 때 공께서는 이천을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맡겨 재단 연습을 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높은 관직이나 큰 고을을 맡아서 다스리는 것은 모두가 백성들을 위한 것입니다.
고운 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숙한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기시면 안 됩니다.
또 사냥에 비유해 보면 마차를 몰 줄 모르고 활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들짐승을 잡겠습니까?
아마 토끼 한 마리도 잡기 전에 수레는 굴러 넘어질 것입니다.
나라의 일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먼저 배우게 한 다음 일을 시키면 못 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하면 반드시 나라에 큰 피해를 줄 것입니다."

재상 자피(子皮)가 이 말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옷감을 손질할 때도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데, 더군다나 높은 관직이거나 큰 고을을 초보자에게 맡기려 한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소.
그대의 충고가 없었다면 내가 큰 실수를 저지를 뻔 했구려.
그 동안 나랏일은 그대에게 맡기고 집안일을 내가 보아 왔는데 앞으로는 집안일도 그대의 말을 듣겠소."

그러자 자산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사람은 인심여면 (人心如面)이란 말처럼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이 마음도 같지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공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위태롭다고 판단될 때에는 당연히 찾아와서 보고를 하겠습니다."

자피(子皮)는 자산(子産)을 진심으로 칭찬하면서 나랏일의 적임자라 여겨 그를 재상에 임명하였다.
이때부터 정나라의 정치를 맡은 자산은 헌신적으로 일하여 정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공자도 <논어 헌문편(論語 憲問篇>에서 자피(子皮)의 보좌관이었던 자산(子産)을 평하여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라 하였다.
이 말에서 우리는 착각하고 있었던 뜻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은혜란 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으로 여겨 왔다.
뿐만 아니라 근래에 들어와서 고위 공직자를 뽑을 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데, 인심여면(人心如面)을 떠나 여야로 편을 갈라서 이해득실과 정실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대다수의 국민들은 느낌으로 와 닿았다.
나랏일은 어느 집단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국민을 위한 일을 할 능력 검증과 높은 도덕성과 청렴도가 높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가족들까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받아드릴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위에 선 자는 아랫사람의 본보기다’라는 순자(荀子)의 말을 되새겨 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동암 우성영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