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사냥에도 道가 있다

뚜르(Tours) 2011. 8. 14. 10:06

 

세상에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반칙을 통해 승리를 얻었다면 그 승리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떤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그 승리를 인정받지는 못할 겁니다. 
원칙을 어기고 반칙을 통해 이긴 승리, 그것은 한 때의 승리일 뿐 영원한 승리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쳐서 누군가 반칙을 통해 이겼다면 그 승리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승리라고 할 수 없듯이, 세상이 아무리 반칙이 상식이 되고 원칙이 무시되는 사회라도 자신의 원칙을 굳게 지켜나가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반드시 생존할 것입니다.

난세를 살았던 맹자는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아무리 반칙을 강요하더라도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그의 '원칙을 포기하고 반칙으로 자신을 섬긴다면 부와 명예를 준다'고 한 당시 유력한 지도자의 청을 단호히 거절하며 다음과 같은 우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었습니다.

조(趙)나라에 유능한 사냥꾼 왕량(王良)이란 사람이 있었답니다.
이 사람은 누구와 사냥을 나가든 그들 도와 최고의 사냥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유능한 사냥꾼이었죠.
원칙을 지키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던 왕량은 조나라 모든 귀족들이 그와 함께 사냥 나가는 것을 꿈꾸는 대상이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영입 인사 대상 1번 이었던 것이죠.

당시 조나라 왕의 총애를 받던 신하 폐해(嬖奚) 역시 왕에게 간청하여 그를 데리고 사냥을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조나라 왕은 총애하는 신하의 청을 들어주며 왕량에게 그를 도와 사냥을 나가도록 명하였죠. 
그런데 폐해는 웬일인지 종일토록 그와 사냥을 다녀도 단 한 마리의 사냥감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폐해는 돌아와 왕에게 말하기를 ‘왕량이란 사람은 천하의 수준 낮은 사냥꾼이다.(天下之賤工也)’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 왕량에게 전하였고, 왕량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조나라 왕에게 나아가 폐해와 한 번 더 사냥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냥에서는 아침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10마리도 넘는 사냥감을 잡게 하였죠.
폐해는 임금에게 나아가 보고하기를 '천하 최고 수준의 사냥전문가라!' (天下之良工也라)하며 왕량을 칭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전속 사냥꾼으로 지정하여 주기를 간청하였죠. 
왕이 왕량을 불러 폐해의 전속 사냥꾼이 되어주기를 명하였으나 왕량은 그 자리에서 거절하며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처음 저 폐해란 신하와 사냥을 나갔을 때 정말 원칙대로 수레를 몰아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하루 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 사냥에서는 온갖 변칙으로 수레를 몰아주었는데 한나절에 10마리의 사냥감을 잡았습니다.
저 사람은 원칙대로 모시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반칙으로 모셔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반칙으로 모셔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하며 부귀가 보장된 반칙꾼 실세의 하수인이 되기를 거부하였다는 이야기 입니다.

맹자는 이런 우화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개 사냥꾼도 반칙으로 일관하여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꺼려하는데, 나는 나의 원칙을 버리고 반칙을 강요하는 주군을 모실 수 없는 것이다.’ 
이 맹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반칙을 일삼는 리더는 영원한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맹자의 외침에 어떤 가느다란 희망이 느껴집니다. 


세상엔 참 특별한 리더십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본이 되 있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리더십이야 말로 고금을 초월하는 위대한 리더십이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난세고, 반칙이 난무하더라도 결국은 원칙과 기본이 승리할 것이란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박 재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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