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주에 계시는 지호태사知昊太師를 찾아뵙고 올라오다 고속도로 휴게소엘 잠간 들렸습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려는데 바로 앞 벽에 ’음식은 냄비가 끓이는데 칭찬은 접시가 받는다’는 글이 붙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그 글 생각이 나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것들입니다.
1. 미국 금융가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일명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가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월가 금융회사들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여전히 거액의 봉급에 성과급까지 챙겨 미국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쓰러져가던 금융회사를 살린 것은 공적자금입니다.
공적 자금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금융회사들은 스스로 운용을 잘해서 이익을 낸 것으로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건실하게 만든 것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세금입니다.
국민들이 힘 들게 벌어 바친 세금으로 구제를 받아 살아남은 금융회사들이, 이익이 났다고 흥청망청 나눠갖는다는 것은 낯 뜨거운 일입니다.
(음지에서) 뜨거운 불길을 견디어 내며 맛 있는 요리를 만들어 낸 냄비의 헌신은 제껴두고
(양지에서) 아름답게 담겨나오는 접시가 그 요리를 대표하는 모양새을 떠올렸습니다.
2.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특허전쟁이 뜨겁습니다.
양측은 디자인, 사용법, 통신기술 침해 등 현재 30여 건의 맞소송으로 법정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는 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권’ 침해’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품의 전체적 이미지 요소) 침해입니다.
반면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4S 등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은 한마디로 디자인 특허 vs 3G 통신기술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삼성제품의 판매금지 보다는, 삼성에 아이폰 복제품 제조사라는 이미지 타격을 줄 목적으로 공세적 행동을 취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요?
’겉 볼 속’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기술(맛)도 중요하지만 Design(접시애 담아 나오는 모양새) 이 좋아야 인정과 칭찬을 받는 시대입니다.
프랑스요리, 일본요리가 그렇지요.
3. 최근 ‘공정사회’가 화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의 국정지표로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담론의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서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사전의 정의에 따른다면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고,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하는 것으로 공정이 공평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되어 있습니다.
’공정’은 ’공평’과는 달리, 옳고 그름에 관한 윤리적 판단이 함께 합니다.
공정公正.
말 하기는 쉬운데 행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 <공정>입니다.
이런 예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하나의 떡을 두 사람에게 공평하고 공정하게 나눠줄 수 있고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답은 이렇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떡을 자를 수 있는 권리를 주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나눠진 떡을 먼저 고를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떡을 고르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커보이는 떡을 고른 후 만족할 것이고,
떡을 자르는 사람은 자기에게 불리하지 않게 최대한 똑같이 나누려고 했을 것이므로 결과에 승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냄비와 접시가 다 함께 공평하고 공정하게 칭찬을 받게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이 시대의 화두요, 과제입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미식가美食家들은 음식맛만 따질까?
아니면 담아내는 접시도 함께 평가를 할까?
<박영하>의 '그냥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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