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진리를 … 영원히 사랑한다”

뚜르(Tours) 2012. 5. 14. 11:48

 

중세의 유명한 한 성인(聖人)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늦잠을 잔 성인이 학교에 급하게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어른이 “너는 어디를 뛰어가니?”라고 물었다.
성인은 “학교에 늦어서 뛰어갑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학교에선 무엇을 하니?”
“공부를 열심히 하지요.”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는?”
“졸업을 하지요.”
“졸업을 하고 난 다음에는?”
“그다음엔 좋은 직장을 갖지요.”
“그럼 다음엔 무엇을 하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그 다음엔 무엇을 하니?”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결혼도 시키고….”
“그 다음엔?”
“직장에서 은퇴해서 노년을 편안하게 보내지요.”
“그다음엔?”
“흠, 그 다음엔… 죽게 되겠지요.”
“그러면 지금 너는 죽으려고 열심히 뛰어가는구나.”
성인은 그 말씀에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그는 세속적 야망을 버리고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수도원에 들어가게 된다.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또 어디로 흘러가는가?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들은 결코 유명한 철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쟁하듯 치열한 삶을 살다가도 낙엽을 밟는 늦가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꼭 해야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어디서도 속 시원한 정답을 들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 궁극적인 질문들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항상 살면서 이 문제를 물어야 하고 그 해답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인생의 목적을 성공, 보람, 즐거움에 둔다.
어떤 이는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하고 높은 자리에 앉는 것 혹은 명예와 명성을 얻는 것을 인생의 목적이요,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부와 명예, 출세가 반드시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부와 명예와 상관없이 자기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의 초라한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객사하기까지 치열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오직 ‘선에 대한 끝없는 희구’에 인생의 진면목과 인생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톨스토이가 노년에 약 15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이러한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모든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사랑을 바탕으로, 오직 진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임종을 맞아 그가 남긴 유언은 “진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였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가끔 가던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 인생에는 아주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완료형의 어떤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 질문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계속 성장하고 변화해 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허영엽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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